입력 : 2008.04.18 22:18
| 수정 : 2008.04.19 07:52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
무대 위에 벚꽃이 진다. 잿빛 함석 지붕이 분홍 복숭아로 변해간다.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에서 퇴거 당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순간, 벚꽃은 기세 좋게 날린다. 용길(신철진)은 리어커를 끌고 힘차게 오르막 골목길을 달린다.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아들 도키오가 지붕 위에서 팔을 흔들며 배웅한다. 눈사태처럼 벚꽃이 쏟아진다.
한국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이 공동 기획해 17일 도쿄에서 초연한 《야키니쿠 드래곤》은 이렇게 닫혔다. 일본 관객답지 않게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1969년부터 1971년까지 오사카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한 재일교포 가족을 들여다보는 이 연극에는 가슴을 쿵 울리는 인생이 있었다. 사실적인 드라마가 연극적인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그 사이로 거대한 감정의 격랑이 소용돌이 쳤다.
사실성 강한 무대는 관객이 입장할 때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까지 뿜어냈다. 둘째 딸의 결혼식을 앞둔 곱창집은 술잔이 오가고 장구와 아코디언 소리도 더해져 떠들썩하다. 지붕에 올라간 도키오가 복잡한 가족 구성을 설명한다. 큰딸과 둘째 딸은 아버지 용길이, 셋째 딸(주인영)은 어머니 영순(고수희)이 데려온 자식이고 자신은 둘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이자 장남이라는 것이다.
한국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이 공동 기획해 17일 도쿄에서 초연한 《야키니쿠 드래곤》은 이렇게 닫혔다. 일본 관객답지 않게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1969년부터 1971년까지 오사카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한 재일교포 가족을 들여다보는 이 연극에는 가슴을 쿵 울리는 인생이 있었다. 사실적인 드라마가 연극적인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그 사이로 거대한 감정의 격랑이 소용돌이 쳤다.
사실성 강한 무대는 관객이 입장할 때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까지 뿜어냈다. 둘째 딸의 결혼식을 앞둔 곱창집은 술잔이 오가고 장구와 아코디언 소리도 더해져 떠들썩하다. 지붕에 올라간 도키오가 복잡한 가족 구성을 설명한다. 큰딸과 둘째 딸은 아버지 용길이, 셋째 딸(주인영)은 어머니 영순(고수희)이 데려온 자식이고 자신은 둘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이자 장남이라는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나 여름, 이듬해 봄으로 이어지는 《야키니쿠 드래곤》은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중심으로 두 조각으로 나눠진다. 결혼, 퇴거, 불륜, 집단 따돌림, 크리스마스, 자살, 축제, 임신, 이별 같은 재료로 속을 채운 이 연극은 약 40년 전 재일교포들의 굴곡진 삶을 내시경처럼 들여다보며 현대 관객까지 설득하는 힘이 있다. 리어카와 선풍기, 수돗물과 비행기 소음과 쌈박질 같은 장치가 좋고, 집의 골조만 남겨놓고 다 뜯어내는 철거 과정도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재일교포 정의신의 희곡, 그리고 우리 배우들의 연기력 덕에 이 한·일 합작품은 더 특별해졌다. 대사의 95%가 일본어인데, 신철진 고수희 주인영 박수영 등은 두 달 동안 익힌 일본어로 연극의 결을 더 또렷이 살려냈다. 양정웅의 연출도 매끄러웠다. 영화 '피와 뼈'로 유명한 정의신은 "일본 고속 성장기의 밑바탕엔 한국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은 자막이 가장 큰 부담이 될 것 같다.
연극의 끄트머리에서 도키오는 말한다. "나는 이 동네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리워하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요. 이 동네와 사람들을 좋아했다고. 아버지를, 어머니를, 누나들을, 형을, 아저씨를 모두 모두 좋아했다고…."
27일까지 일본 신국립극장, 5월 20~25일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02)580-1300
재일교포 정의신의 희곡, 그리고 우리 배우들의 연기력 덕에 이 한·일 합작품은 더 특별해졌다. 대사의 95%가 일본어인데, 신철진 고수희 주인영 박수영 등은 두 달 동안 익힌 일본어로 연극의 결을 더 또렷이 살려냈다. 양정웅의 연출도 매끄러웠다. 영화 '피와 뼈'로 유명한 정의신은 "일본 고속 성장기의 밑바탕엔 한국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은 자막이 가장 큰 부담이 될 것 같다.
연극의 끄트머리에서 도키오는 말한다. "나는 이 동네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리워하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요. 이 동네와 사람들을 좋아했다고. 아버지를, 어머니를, 누나들을, 형을, 아저씨를 모두 모두 좋아했다고…."
27일까지 일본 신국립극장, 5월 20~25일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