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 류정한이 망가졌다
"코미디 감각이 없는 줄 알았는데…(웃음), 자신이 생겼어요."
뮤지컬배우 류정한(37). 2008년 현재 시점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뮤지컬스타다. 팬들을 끌어모으는 '티켓 파워', 캐스팅 순위, 몸값 등에서 단연 톱이다.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스릴 미' 등에서 중후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가 요즘 철저하게 망가졌다.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코믹 호러 뮤지컬 '이블 데드'에서 주인공 '애쉬'를 맡아 두 시간 내내 뛰어다니고 고함지르고, 심지어 톱으로 자신의 손을 자르고(!), 그 잘린 손과 혈투를 벌이기도 한다.
"5, 6년간 줄곧 무거운 작품만 했어요. 대개 배우들이 작품에 몰입하다보면 성격도 따라가거든요. 진지한 작품만 하다보니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지고…. 뭔가 밝고 즐거운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게 샘 레이미 감독의 영화가 원작인 '이블 데드'다. 로맨틱 코미디 제의가 많았지만 내용이 엇비슷해 딱히 눈에 띄는 게 없었다. 그러다 'B급 코믹 호러'라는 이색 타이틀을 단 '이블 데드'의 대본을 읽어보고 음악도 들어본 뒤 마음을 굳혔다. 결과는 대 만족.
"코믹 연기가 처음부터 쉽게 잘 나오진 않았어요. 하지만 함께 출연 중인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호흡을 맞춰가면서 하나하나 그림을 만들었죠. 요즘 기분도 밝아지고 아주 상쾌합니다."
말은 겸손하게 하지만 류정한이 누구인가. 탄탄한 발성과 연기력으로 무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팬들은 온몸에 가짜 피를 묻히며 과장된 연기와 괴성을 지르는 류정한의 변신에 환호하고 있다.
류정한이 뮤지컬계에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순수하게 뮤지컬 한 우물만 파서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여러 차례 영화와 TV 출연 기회가 있었지만 대답은 항상 '노'였다. 뮤지컬 무대를 TV나 영화로 가기위한 징검다리로 여기는 배우들과는 사뭇 다르다.
"데뷔 무렵, 순수하게 연극만 하면서 예술인으로 인정받는 선배 연극인들을 보면서 '와, 멋있다'란 느낌이 들었어요. 조금 건방진 얘기같지만 저도 저런 예술인으로 남고 싶다고 결심했지요."
뮤지컬 배우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다른 장르를 기웃거리기 보다는 무대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고, 거기서 승부를 내고 싶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명 스타들의 '뮤지컬 나들이'도 그에겐 마땅찮다.
"내년엔 창작뮤지컬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비밀이지만 멋진 작품이 나올거예요. 기대해 주십시요."
후배들에게 '성공 모델'로 자리잡은 류정한.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