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 팽팽한 줄을 타고 하늘과 땅 사이에서 춤추다

입력 : 2008.04.04 23:43   |   수정 : 2008.04.05 07:10

연극협회 신극 100주년 기념 공연 '남사당의 하늘'

무대 위에 팽팽한 줄이 섰다. 남사당패 바우덕이(김성녀)가 부채 하나 들고 줄을 탄다. 태평소, 사물(四物) 소리도 하늘과 땅 사이에서 춤춘다. 어느 순간, 바우덕이가 사랑한 남자와 일본 순사들이 줄 아래에서 뒤엉키고, 균형 잃은 바우덕이가 땅에 떨어진다. 죽어 돌무덤에 묻힌 그녀를 배웅하며 남사당패가 한바탕 두들기는 풍악은 너무 힘차서 슬프다. 덩따쿵따 덩따쿵따….

《남사당의 하늘》(윤대성 작·손진책 연출)은 한국연극협회가 신극 100주년(1908년 공연된 《은세계》가 기점)을 맞아 선정한 대표 작품이다. 남사당패는 물론 신파극 배우들까지 등장시키는 이 연극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다 길에 묻히는 광대, 그들의 유랑하는 삶과 죽음에 집중한다. 풍물(농악)·버나(대접돌리기)·살판(땅재주)·어름(줄타기)·덧뵈기(탈춤)·덜미(꼭두각시놀음) 등 남사당의 여섯 가지 재주도 볼 수 있는 무대였다.
신극 100주년 기념작으로 뽑혀 리바이벌된 연극《남사당의 하늘》. /극단 미추 제공
신극 100주년 기념작으로 뽑혀 리바이벌된 연극《남사당의 하늘》. /극단 미추 제공

1993년 서울연극제에서 작품상·남녀연기상·연출상·미술상을 휩쓴 《남사당의 하늘》은 무엇보다 대중적 재미가 넘쳤다. 마당놀이로 유명한 극단 미추는 오래 함께한 단원들의 연기 호흡,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전통연희를 우려내는 솜씨를 보여준다. 아이들이 보기 힘든 멍석말이도 등장했고 "앞일이 심청아비 눈깔이오" 같은 윤문식의 재담이 즐거웠다. 설득력이 약한 바우덕이의 사랑 등 아쉬운 대목도 있었지만, 일반 관객 만족도는 신극 100주년의 대표작다웠다.

올해 연극계에는 100주년 기념 무대가 많다. 정동극장은 100년 전 초연된 《은세계》(배삼식 각색·손진책 연출)를 현대적으로 복원해 오는 10월 공연한다. 국립극단은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6·25전쟁을 배경으로 원로배우 장민호·백성희가 주연하는 《백년 언약》(오태석 작·연출)을 올린다. 산울림소극장도 신극 100주년 기념으로 해롤드 핀터의 《애쉬즈 투 애쉬즈》(연출 박정희) 등 해외 문제작 시리즈를 열고 있다.

▶《남사당의 하늘》은 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전석 1만원. (02)744-0300

연극 '남사당의 하늘' 포토영상. /박돈규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