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흥겹고 따뜻한 '음악의 장터'

입력 : 2008.04.06 23:18

'교향악 축제'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교향악 축제는 '시골 장터'와 같다. 지난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이 날 축제의 주인공인 부천 필하모닉의 연주를 듣기 위해 여러 음악계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KBS 교향악단 지휘를 갓 마친 지휘자 성기선씨는 다른 악단의 해석을 비교해보기 위해,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씨는 제자인 협연자 강주미씨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에 귀 기울이기 위해 각각 자리에 앉았다.

경기 필하모닉의 박동용 기획실장도 '상대팀'의 전력을 체크하기 위해 매일 개근하고 있고,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의 송현수 이사는 차세대 기대주를 찾기 위해 2층 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23일간의 교향악 축제는 음악 팬들과 음악계 인사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장터 바닥이 된다.
교향악 축제에서 KBS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지휘자 성기선. /예술의전당 제공
교향악 축제에서 KBS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지휘자 성기선. /예술의전당 제공

지난 1일 개막한 올해 교향악 축제의 첫 주 승자(勝者)는 단연 KBS 교향악단이었다. 지난 2일 연주회에서 장기 곡인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을 골라든 KBS 교향악단은 과도한 흥분에 손쉽게 빠져들지 않는 절제력과 탄탄한 기량을 과시했다. 〈불새〉에서 악보 없이 지휘대에 올라온 지휘자 성기선은 암보(暗譜)에 대한 자신감과 다이내믹한 지휘 동작으로 2000여 객석에 흥분을 불어넣었다.

4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주한 부천 필하모닉은 〈서주〉에서 트럼펫을 필두로 화려한 금관을 펼쳐 보였다. 이 작품의 〈서주〉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삽입되며 대중적으로도 무척 친숙한 곡이다. 하지만 악장(콘서트마스터)의 바이올린과 플루트 주자가 아기자기한 대화를 나누듯 실내악적 묘미를 선사해야 하는 후반부로 가면서 다소 뒷심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 1일 코리안 심포니(음악 감독 박은성)의 개막 연주회로 막 오른 올해 교향악 축제는 23일 서울시향(지휘 세이쿄 김)의 폐막 연주회까지 전국 20개 교향악단이 참가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을 협연하는 원주시향(13일),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지휘와 연주로 베토벤 곡으로만 채운 수원시향(15일),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는 대전시향(18일) 주간에 정점에 이른다.

올해 축제는 한국 작곡가 협회에 위촉한 초연 작품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띄지만, 특별한 테마 없이 병렬식으로 연주회를 진열해놓은 기획력 부재(不在)는 여전히 아쉽다.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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