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무동(舞童)의 고결한 춤사위 기리며…

입력 : 2008.03.26 23:53

예인 김천흥 추모 공연·전시 잇따라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에서 한 달에 15원(쌀 두 가마 값) 받으며 거저 공부했으니 국립국악원에서 희생해야지. 왕조가 없어진 뒤엔 궁중무용 보존하는 게 내 일이었어…."

'조선왕조 마지막 무동(舞童)'은 거동이 불편해진 말년에도 "마음으론 '가자. 옷 입혀라' 하고 싶을 정도로 아직도 춤추고 싶다"고 말했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과 제39호 처용무 보유자였던 고(故) 김천흥(1909~2007)이다. 1922년 '장악원(掌樂院)'의 후신인 이왕직아악부에 들어간 그는 이듬해 3월 순종(純宗)황제 50수 잔치 때 무동으로 뽑혀 창덕궁 인정전에서 춤을 췄다. 조선왕조의 큰 궁중행사는 이것이 마지막이었고, 그 현장에 있었던 김천흥이 우리 궁중무용의 맥을 이었다.
예인 김천흥이 1920년대 이왕직아악부 시절 배운 춘앵전을 추고 있다. 궁중무용의 백미로 통하는 춘앵전은 조선 순조 때 만들어진 독무다./조선일보DB
예인 김천흥이 1920년대 이왕직아악부 시절 배운 춘앵전을 추고 있다. 궁중무용의 백미로 통하는 춘앵전은 조선 순조 때 만들어진 독무다./조선일보DB

지난해 별세한 예인 김천흥의 생일(30일)을 맞아 고인을 기리는 공연·전시가 잇달아 열린다. 고인이 몸담았던 국립국악원은 오는 29일 전시회를 시작으로 6월 말까지 '김천흥 선생 탄신 10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부설 세계민족무용연구소도 30~31일 '시간으로의 여행'이라는 김천흥 회고 행사를 마련한다.

국립국악원은 고인이 남긴 무용 의상, 악기, 친필 메모, 저술, 포스터, 사진과 영상 등을 공개하는 전시회를 박물관에서 연다. 29일 오후 6시 국악원 우면당에서는 제자들이 무대에 올라 춘앵전, 처용무, 굿거리 기본무, 해금과 양금 연주, 종묘제례악 등을 헌정한다. 무료. (02)580-3072

세계민족무용연구소는 30일 오후 5시 무용원 크누아홀에서 고인이 강의하던 모습과 공연, 인터뷰를 담은 영상물을 상영하고, 춘앵전과 처용무 등 고인이 복원한 궁중 정재(呈才)를 공연한다. 3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영상물 상연이 이어진다. 무료. (02)746-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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