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불어오는 봄의 소리

입력 : 2008.03.23 23:37

英 BBC 필하모닉에서 인디밴드까지
26일까지 통영국제음악제

통영의 봄은 국제음악제와 함께 무르익는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다음날인 22일 낮 통영 시내 중심가인 강구안의 문화마당에서는 창원의 6인조 직장인 밴드 '창원 시민 악단'이 윤도현 밴드의 '박하 사탕'을 열창하고 있었다. 공구상을 운영하는 김수현(45)씨도 이 날만큼은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멋지게 변신한다. "1시간 공연할 분량을 준비했는데, 20분밖에 주어지지 않아 아쉽네요." 이들이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를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하자, 통영의 16인조 아마추어 색소폰 합주팀인 '한려 리더스 클럽'이 무대를 넘겨 받았다.

26일까지 가야금 앙상블, 인디 밴드, 브라스 밴드, 시각 장애 음악가들로 구성된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음악팀들이 연주료 없이 자발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본공연보다도 유명해진 '프린지'에서 착안한 무대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장은 "첫 해에는 27개팀이 참여했는데 지금은 축제 기간 내내 103개팀이 통영 곳곳에서 150여 차례 크고 작은 공연을 벌인다. 인디 밴드와 공연 기획자를 이어주는 아트 마켓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주 공연장인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는 적어도 하루 한 차례씩은 통영 출신의 작곡가 윤이상의 곡을 들을 수 있게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통영은 윤이상을 비롯해 시인 유치환·김춘수·김상옥, 소설가 박경리 등을 배출한 예향(藝鄕)이다.
21일 개막 공연을 장식한 영국 BBC 필하모닉도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힐러리 한)과 베토벤 교향곡 7번 전에 윤이상의 '교착적 음향'으로 무대를 열었다.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는 "처음엔 너무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들여다볼수록 윤이상의 작품이 지닌 치밀한 구조에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악제엔 고민도 적지 않다. 2002년 출발 당시부터 현대 음악 전문 페스티벌을 염두에 뒀지만 최근에는 바로크 음악과 자크 루시에 트리오 같은 재즈까지 음악적 스펙트럼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에서 어디에 중심을 놓아야 할지 아직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것이다. 축제의 주요 공연들이 서울에도 겹쳐있어 통영만의 차별성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는 숙제로 남아있다.

통영국제음악제 김승근 이사(서울대 교수)는 "해외 음악 감독을 2010년쯤까지 영입하고 전문 음악당을 건립해서 남해안의 랜드마크(landmark)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통영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직장인 밴드‘창원시민악단’이 프린지 공연에 참가해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22일 통영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직장인 밴드‘창원시민악단’이 프린지 공연에 참가해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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