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 효심 담아 엄마 모습 그렸어요"

입력 : 2008.03.17 23:22

홈페이지 개설 11일만에 200점 돌파
웨딩사진 대신한 결혼 그림 등…
가족간 정 느끼게 하는 사연 줄이어

조선일보사가 창간 88주년을 맞아 펼치는 '그림이 있는 집' 캠페인의 첫 번째 행사인 '그림은 사랑입니다―가족 그림 그리기 축제'가 홈페이지 개설 11일 만에 접수작품 200점을 돌파했다. 신청이 이어지면서 애틋하고 따뜻한 가족 간의 정(情)을 느끼게 하는 사연들도 줄을 잇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작품들은 가족의 기념사진 대신에 그림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주은미씨는 "아기 백일 때 형편이 안 돼 사진과 잔치를 못해줬다"며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가 학창시절에 좋아하던 그림을 그려봤다"며 연필로 스케치한 아기의 모습을 그려서 올렸다. 김현선씨는 "결혼한 지 4년이 되어가는데 별도로 웨딩 촬영을 하지 않아서 마땅히 걸어놓을 사진이 없었다"며 "사진 대신 내가 직접 그린 결혼그림을 걸어놓고 싶어서 그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랑·신부가 부케를 들고 미소 짓는 그림을 보내왔다. 30개월 된 아들을 가운데 앉힌 부부의 모습을 그린 박미녀씨는 "막상 그려나가다 보니 다른 사람이 되네요"라고 적기도 했다.

효심(孝心)이 그림으로 발휘된 경우도 있었다. 고교 2학년이라고 밝힌 김지은 양은 '나도 꼭! 엄마 같은 효녀 될래요'라는 제목으로 거동이 불편한 외할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던 엄마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서 올렸다. 김 양은 "대소변을 치우고 난 후엔 외할아버지 볼에 항상 '사랑해'라고 말하던 엄마!(…) 나도 이 다음에라도 우리 부모님에게 효도하며 살 거라고 약속했지요"라고 적었다.

어린이들의 티없이 맑은 동심과 무한한 상상력은 참가 작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이라고 밝힌 하승연양은 사자의 얼굴에 몸은 양(羊)의 모습을 한 엄마와 외계인처럼 팔이 여러 개인 아빠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올렸다. 하양은 "엄마는 양처럼 순진하신데다 착하신 반면 가끔씩 사자 같은 성격으로 돌변할 때가 있다. 아빠는 똑똑하시고 다재다능하시기 때문에 머리는 크고 팔은 많게 그렸다"고 밝혔다.

여섯 살짜리 강민영양이 그린 아빠의 모습은 슬며시 입가에 웃음 짓게 만든다. 별이 총총 뜬 밤에 빙그레 웃는 아빠가 등 뒤에 꽃 한 송이를 감추고 있는 그림에 대해 언니 예림(16)양은 "우리 아빠가 술 드시고 밤늦게 들어오시는 날에는 아파트 주변에 있는 꽃을 한 송이 꺾어 숨겨가지고 오셔서 엄마에게 드린답니다"라는 사연을 덧붙여 홈페이지에 올렸다. 또 줄넘기를 10번 연속하는 것이 소망인 아들의 줄넘기 그림, 라면 한 그릇을 놓고 활짝 웃음꽃이 핀 가족의 모습, 요즘 한창인 딸기 바구니에 앞에서 입이 좍 벌어진 가족의 얼굴 그림 등도 유머러스하게 자신들의 가족 분위기를 보여준다.

아빠 모습을 리모컨을 든 사자로 표현한 초등학생 자녀의 그림을 올린 박미숙씨는 "아이의 마음을 읽은 아빠는 아이와 함께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고, 사자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사연을 올렸다.


응모요령


'그림은 사랑입니다―가족 그림 그리기 축제'에는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무엇이든 응모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스캔해서 간단한 사연과 함께 캠페인 홈페이지에 띄우면 됩니다. 사진 파일 이름은 반드시 영문으로 해주십시오. 예를 들어 파일명을 'family.jpg'로 하면 무리 없이 접수되지만 '가WHR.jpg'라고 하면 파일이 깨집니다. 우편접수도 가능합니다. 4월 이후 매월 300점을 선정해 액자와 함께 저명 평론가·큐레이터의 작품평, 그리고 푸짐한 그림용품 선물을 드립니다.


100-756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1번지 조선일보사 '그림이 있는 집' 사무국 (02)724-5335~8

‘그림은 사랑입니다—가족 그림 그리기 축제’는 우편으로 접수 가능하다. 사진은 17일까지‘그림이 있는 집’사무국에 접수된 응모작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그림은 사랑입니다—가족 그림 그리기 축제’는 우편으로 접수 가능하다. 사진은 17일까지‘그림이 있는 집’사무국에 접수된 응모작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