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과 줄리엣의 청춘보고서

입력 : 2008.03.14 10:08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

3월, 바야흐로 봄의 시작이다. 아마 모두들 이 계절에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겨우내 지겨웠던 스산함이 화사함으로 어서 바뀌길 바란다든가, 새싹이 움트듯 사랑이 시작되길 바란다든가. 물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세 번의 봄을 함께한 '줄리에게 박수를'이 다시 돌아와 봄을 함께 하길 기다렸던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미 입소문을 타고 적지 않은 명성을 누린 '줄리에게 박수를'(이하‘줄박’)이 돌아왔다. '줄박'은 연극계의 고전이라면 빠질 수 없는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새로운 재해석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작품. 고전을 현대화하면서 만화적인 상상력과 서정적인 감성을 더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젊은 청춘들의 사랑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고뇌, 고단한 연극인의 삶 등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재치 있는 구성으로 무게를 덜어낸 것도 포인트. 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가사를 원용하기도 하고 동요의 가사를 패러디하기도 하면서 관객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다.


너무나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에서 소재를 가져온 만큼, 고전의 주요 캐릭터들의 특성이 하나의 작품 안에서 전혀 다른 스토리로 재구성되는 것도 볼거리. 각 작품의 특징과 셰익스피어의 시적인 대사는 그대로 활용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언어를 더해 해체와 재구성의 묘미를 보여준다. 작품의 구조적인 면에서도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장면을 적절히 배치시켜 시대를 넘나드는 연극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지난 2004년 '햄릿'으로 매력을 발산했던 김영민이 전혀 다른 분위기의 햄릿을 연기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주목을 받는 조한철도 또 한 명의 햄릿으로 무대에 선다. 지난해 말 6대 '신의 아그네스'로 뽑혀 연기력을 인정받는 이진희는 줄리 역을 맡았다. 이밖에 '나쁜 자석'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정원조와 '줄박' 초연부터 함께한 김은옥이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여 줄 예정이다.


어중간한 청춘들에게 박수를


언뜻 보기에 햄릿과 줄리의 엇갈리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는 '줄박'의 힘은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다. 2004년 초연 이래 꾸준한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대 위의 인물들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 고전 속 인물을 표방하는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과거 17세기가 아닌 바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우유배달을 하고 남은 우유를 전하는 것으로 밖에 사랑을 표현할 수 없는 햄릿과, 죽은 연인과 함께했던 자신의 빛나던 과거 속에 남아 있으려하는 줄리. 그들의 가슴 아픈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사랑을 대하는 청춘의 아픔과 연민을 본다. 또한 전공까지 바꿔가며 연극을 선택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햄릿과 만년 조연인 줄리엣. 그들을 통해 우리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성공의 고달픔과 꿈을 위해 즐겁게 나아갈 수만은 없는 젊음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청춘이기에, 열정이 있기에, 가슴 아프고 서글픈 청춘이라도 버틸만한 것을 깨닫고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지금 이 힘겨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춘이라면 그래도 사랑과 꿈이 있기에 살만하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고, 이미 청춘을 지나 보낸 사람이라면 그 청춘을 회상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무대 밖의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줄리는 말한다. "저는 오늘부터 세상의 모든 어중간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낼 겁니다. 이름 없는 꽃은 정말 이름 없는 꽃이 아닙니다.우리가 아직 그 이름을 찾아 내지 못했을 뿐, 그 꽃들도 분명 향기를 뿜고 벌, 나비를 유혹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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