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엔 '나만의 바흐'가 자라고 있어"

입력 : 2008.03.12 23:32   |   수정 : 2008.03.12 23:34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 인터뷰

14개월 동안 '바흐 마라톤' 펼쳐
다음달 서울에서 '평균율…' 연주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Hewitt)는 지난해 8월부터 오는 10월까지 6개 대륙의 25개국에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연주하고 있다. 14개월에 걸친 '바흐 마라톤'이다. 지난 1994년부터는 무려 11년간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비롯해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영국 모음곡, 프랑스 모음곡, 협주곡 등 바흐의 주요 건반 음악을 녹음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세계적 음반상인 그라모폰(Gramophone)의 '올해의 아티스트' 선정은 그의 대장정을 기념하는 축포였다.

마라톤 같은 긴 여정이다 보니, 공연 도중 생기는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다. 지난달 13일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2권을 연주했다. 그날 따라 청중들의 잔기침이 끊이질 않았다. 네 번째 푸가(Fugue)가 끝난 뒤 한 청중이 포르투갈 말로 큰소리로 외쳤다. 그 뒤 객석은 마법처럼 조용해졌다.

휴이트는 전화 통화에서 이 사연을 들려줬다. 무대 뒤에서 물어보니 "음악 좀 듣게 조용히 합시다!"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휴이트는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연주자와 청중이 서로 교감을 나누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은 무엇보다 집중력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같은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Gould)가 천착한 작곡가도 바흐였다. 수많은 선배 피아니스트들이 이 작품을 '피아노의 구약 성서'로 부르며 연주와 녹음에 매달렸다. 최근에는 고(古)음악 붐이 일면서 피아노의 전신(前身)인 하프시코드로 바흐를 녹음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휴이트 같은 후배들에게는 '선배 피아니스트'와 '고음악'이라는 두 가지 장벽이 앞에 놓여있는 셈이다. 하지만 성당 오르간 연주자의 딸로 태어나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휴이트는 '장벽'이라는 비유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오르간으로 바흐를 들려줬을 때부터, 지난 11년간 바흐 녹음을 거쳐, 전 세계에서 바흐를 연주하는 지금까지도 바흐는 제 속에서 계속 자라나고 있어요. 각자 서로 다른 방식과 감정, 경험과 음색으로 바흐에 다가가는 것이죠." 자신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는 첫 바흐도 유년 시절 아버지가 오르간으로 들려줬던 건반 곡들이라고 했다.

다음달 서울에서도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2권을 두 차례에 나눠 연주하는 그녀의 '바흐 마라톤'과 조우(遭遇)할 수 있다. 그때 한국 청중들은 얼마만큼 '집중력'을 보여줄까.

(▶안젤라 휴이트 바흐 리사이틀, 4월 11·13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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