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담은 그리움… 집안 가득 사랑이 활짝!

입력 : 2008.03.10 23:37   |   수정 : 2008.03.10 23:39

그림이 있는집
창간 88주년 특집 '가족 그림 그리기 축제'
10일까지 다양한 연령층 80여 점 작품 및 사연 접수

조선일보가 창간 88주년을 맞아 펼치는 '그림이 있는 집' 캠페인 첫 행사인 '그림은 사랑입니다―가족 그림 그리기 축제' 홈페이지에 가족 사랑의 훈기가 가득하다. '그림은 사랑입니다'에는 홈페이지 개설 닷새만인 10일까지 80여 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화가'는 30개월 남짓한 어린이부터 30~40대 부부와 장년층까지 다양하다. 출품작 중엔 작고한 분의 유작(遺作)까지 있다.



◆해맑은 동심(童心)

어린이 특유의 시선으로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등 가족과 사물을 담아낸 작품이 많았다. 수염을 덜 깎은 외삼촌의 얼굴, 초등학교 입학한 아들이 '학교나 학원 가고 없을 때 보라'며 그린 자화상, 소풍 나온 가족 위로 사람만한 새가 날아다니는 장면, 7개월짜리 동생이 첫 이빨 나온 것을 그린 39개월짜리 누나의 그림, 사무실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아빠의 모습, 딸이 36개월 때 초음파 사진을 보고 엄마 뱃속의 동생을 그린 작품….

또 가보지도 않은 스키장을 상상하면서 그린 작품, 하늘에서 온갖 색깔의 원색 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그린 '눈이 무지개라면' 등 어린이다운 상상의 나래를 펼친 그림도 많았다. 그림을 올린 엄마 아빠가 작품을 설명한 사연 없이는 그림 내용을 판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가족 사랑을 확인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누워있는 엄마!!! 일어나세요'라는 제목으로 41개월짜리 자녀의 그림을 올린 정희진(39)씨는 "엄마가 직장 다니니 피곤해서 많이 누워있었나 봐요. 힘들더라도 더 많이 놀아주고 더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해야겠네요"라고 적었다. 신순화(37)씨는 집안의 한 쪽 벽이 온통 아이들의 그림으로 도배된 사진도 올렸다.



◆금쪽같은 내 새끼

부모가 어린이들을 그린 작품도 다수 접수됐다. "결혼 후 그림에 대한 꿈을 접었다가 아이가 커가면서 다시 꿈을 찾아 그림을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는 박은경(40)씨는 목도리를 두른 아이의 상반신을 그린 작품을 출품했다. 김숙희(54)씨는 22년 전 당시 네 살이던 딸이 낮잠에 빠진 모습을 그려 고이 간직해뒀던 작품을 올렸다. 김씨는 "딸과 함께 예전의 그림을 보며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만든 것 같다"며 "그때의 기분처럼 떨리고 설렌다"고 적었다. 기차 안에서 졸고 있는 아들과 자는 척하고 있는 엄마를 아빠가 즉석에서 그린 스케치, 사춘기를 맞은 딸을 위한 선물로 그림을 올린다는 아빠의 마음도 있었다.


 

 

그림 그린 솜씨는 혹은 서투르고 혹은 놀라웠다. 유치원 꼬마가 그린 엄마 얼굴, 아내가 부부싸움으로 끓는 속을 달래며 그린 남편 초상화, 오래 전에 돌아간 오빠가 어린 누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렸던 그림…. 응모작 80여 점엔‘2008년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이 가감 없이 담겨 있었다.
그림 그린 솜씨는 혹은 서투르고 혹은 놀라웠다. 유치원 꼬마가 그린 엄마 얼굴, 아내가 부부싸움으로 끓는 속을 달래며 그린 남편 초상화, 오래 전에 돌아간 오빠가 어린 누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렸던 그림…. 응모작 80여 점엔‘2008년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이 가감 없이 담겨 있었다.
◆소중한 아내, 남편

"베란다에서 빨래를 너는 아내의 모습, 그것을 그리려 하니 쑥스럽기도 하였다. 아내는 자신이 입은 옷이 너덜거려 남루하다며 한사코 마다하였지만(…) 아내는 무엇보다 젊게 그려주었다고 아이처럼 좋아하며 들여다보았다…." 이 사연과 함께 곽성진(55)씨는 부인 이백희(52)씨 얼굴을 그린 초상화를 보내왔다. 김난영(39)씨는 러닝셔츠 차림으로 환하게 웃는 남편의 얼굴을 그려서 홈페이지에 올렸다. "가끔씩 육아에 지칠 때 그림을 그립니다.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정이 듬뿍 생깁니다. 그 정이 마를 때마다 액자에 걸어둔 그림을 보고 상기하려고 합니다."

또 퇴근길 남편이 "신문에서 봤는데… 한번 그려봐"라며 사다 준 스케치북과 12색 색연필로 환히 웃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 아내의 작품도 있었다.



◆그리운 가족

"지금 살아 계시면 83세인 오빠가 동생인 저를 두고 그린 그림입니다. 7~8살 때인 것 같군요. 지금 저는 62세 이고 가끔 한 장 남은 오빠의 그림을 꺼내 봅니다. 오빠는 벌써 68세에 돌아가셨어요." 김영옥씨는 50여 년 전 스물한 살 손위의 오빠가 자신의 얼굴을 그려준 수채화를 올렸다. 대학생 윤종운(22)씨는 병석에 계신 큰아버지 윤길원(76)씨의 쾌유를 바라면서 초상화를 그리고 '쾌유기원'이라고 써서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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