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그림 걸었더니 우리집이 화랑"

입력 : 2008.03.06 01:17

[그림이 있는 집]
아이들 그림, 액자에 넣으면 훌륭한 '소장품'
'가족 그리기 축제' 매월 300명에 표구·선물

서울 압구정동 황유리(여·40· 회사원)씨 집 거실엔 36년 된 액자가 걸려 있다. 귤색 통치마 차림에 방긋 웃는 여인을 어린애가 크레파스로 비뚤비뚤 그린 그림이다. 액자를 뒤집자 '1972.6/ 3년9개월 때/ 우리 엄마'라고 쓰여있다. 황씨는 "제가 유치원 시절 그린 그림"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양문경(66)씨는 세 딸들이 그린 그림을 액자에 넣어 걸어뒀다가 어른이 된 뒤 선물했다.

세계적 수작(秀作)들을 골라내는 심미안으로 유명한 컬렉터 정기용(76·서울 청담동 원화랑 대표)씨도 아들이 다섯 살 때 그린 볼펜·사인펜·크레파스 그림 20여 점을 지금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다. 아빠와 엄마, 동생, 토끼, 지는 해 등을 그린 그림이다. 오히려 화가는 어릴 적 그림이 없어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대회에서 상을 휩쓴 기억을 갖고 있는 화가 사석원(48)씨는 "당시 그림들이 액자가 없었던 탓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없어졌다"며 아쉬워했다.
회사원 황유리씨(왼쪽)가 자택 거실에서 어머니 양문경씨(가운데), 아들 임건우(13)군과 함께 자신이 36년 전에 그린 그림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회사원 황유리씨(왼쪽)가 자택 거실에서 어머니 양문경씨(가운데), 아들 임건우(13)군과 함께 자신이 36년 전에 그린 그림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조선일보는 창간 88주년을 맞아 6일부터 '그림이 있는 집' 연중 캠페인을 펼친다. "21세기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초 체력은 국민들의 문화적 취향과 안목을 키우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선일보는 '거실을 서재로' 만들자는 2007 문화운동의 성공에 힘입어 이제 우리 생활 속에 그림 운동을 전개한다.

그 첫 행사는 ▲'그림은 사랑입니다―가족 그림 그리기 축제'다. 할머니·할아버지·엄마·아빠·딸·아들·아내·남편·누나·오빠…. 사랑하는 가족을 그려서 사연과 함께 livingroom.chosun.com에 띄우거나 본사로 직접 우송하면 매달 300명을 선정해 고급 액자로 표구해 드린다. 푸짐한 선물도 있다. ▲또 올 8월에는 옛 서울역사에서 500여 명의 동아시아 대학생·청년 작가들이 참가하는 페스티벌 '아시아프(ASYAAF)'를 여는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계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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