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27 23:48
[클래식 ABC]
사랑에 빠진 중절모 신사는 빗속에서도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나는 빗속에서 노래하네. 노래하네." 노랫말은 신사의 심정 그대로입니다. 들고 있던 우산을 집어 던지고, 거리에서 물방울을 튕기며 탭 댄스를 춥니다. 영화 '싱잉 인 더 레인(Singin' In The Rain)에서 단연 빛나는 이 장면은 남자 주인공 록우드 역을 맡았던 영화 배우 진 켈리(Kelly)의 솜씨입니다.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있는 표정과 화려한 춤 솜씨 등 진 켈리의 매력이 온전하게 드러난 또 다른 작품이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입니다. 영화 말미에 주인공은 무려 18분간 대사 한 줄 없이 개선문을 비롯한 파리의 명소를 배경으로 탭 댄스부터 발레까지 한없이 유연한 몸 놀림을 과시합니다.
진 켈리의 매력에 녹아나지 않을 수 없는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윈(Gershwin)의 동명(同名) 관현악곡 '파리의 아메리카인'입니다. 당초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쓰며 '히트곡 제조기'로 불렸던 거슈윈은 체계적인 음악 공부에 열의를 불태우며 이국(異國) 프랑스로 떠납니다. "파리를 방문한 미국인이 도시를 거닐고 온갖 거리의 소음과 프랑스의 정취를 받아들이며 느꼈던 감흥을 묘사하는 것이 내 목적"이라는 작곡가의 심경이 그대로 담겨있는 곡입니다. 신(新)대륙 미국의 시선으로 구(舊)대륙 유럽을 바라본 일종의 '문화 충돌'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있는 표정과 화려한 춤 솜씨 등 진 켈리의 매력이 온전하게 드러난 또 다른 작품이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입니다. 영화 말미에 주인공은 무려 18분간 대사 한 줄 없이 개선문을 비롯한 파리의 명소를 배경으로 탭 댄스부터 발레까지 한없이 유연한 몸 놀림을 과시합니다.
진 켈리의 매력에 녹아나지 않을 수 없는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윈(Gershwin)의 동명(同名) 관현악곡 '파리의 아메리카인'입니다. 당초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쓰며 '히트곡 제조기'로 불렸던 거슈윈은 체계적인 음악 공부에 열의를 불태우며 이국(異國) 프랑스로 떠납니다. "파리를 방문한 미국인이 도시를 거닐고 온갖 거리의 소음과 프랑스의 정취를 받아들이며 느꼈던 감흥을 묘사하는 것이 내 목적"이라는 작곡가의 심경이 그대로 담겨있는 곡입니다. 신(新)대륙 미국의 시선으로 구(舊)대륙 유럽을 바라본 일종의 '문화 충돌'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지난 26일 방북(訪北)한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 로린 마젤이 평양 공연에서 꺼내든 곡도 바로 '파리의 아메리카인'입니다. 이 작품은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로 1928년 뉴욕 카네기 홀에서 초연됐습니다. 거슈윈 음악에 관한 한 '원조'(元祖)임을 자부하는 미국 교향악단이 북한에서 처음으로 거슈윈을 연주한 것입니다. 마젤이 연주에 앞서 "언젠가는 '평양의 아메리카인'이라는 곡도 나올지 모른다"라는 덕담을 건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언젠가 또 다른 거슈윈이 평양을 찾아와 평양의 거리를 거닐며 느끼는 감흥을 작곡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는 희망을 연주에 실어 보낸 것이지요.
뉴욕 필로서는 평양 공연에서 미국적 음악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를 택한 셈입니다. 이렇듯 음악은 때로 화려하면서도 암시적인 외교전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마젤의 바람처럼, 미국의 작곡가가 자유롭게 평양의 거리를 거닐 날이 언제 도래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