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14 00:23
독일 유람선 회사, 전 세계 승객 1350명 태우고
지중해 여행하며 빈 필하모닉 듣는 상품 시판
주빈 메타 지휘와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협연
한국에서도 소리 소문없이 65명 신청해 매진
잠에서 깨어나면 눈앞에 지중해의 해안이 펼쳐지고, 선상(船上)에선 빈 필하모닉 단원들이 우아한 실내악을 연주한다. 소프라노가 들려주는 아침 콘서트를 즐기고, 낮에는 대형 유람선의 옥외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에는 명 지휘자 주빈 메타와 대화를 나눈다. 꿈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초호화 음악 여행이 올해부터는 가능해졌다.
독일의 대형 유람선 회사인 아이다(AIDA)는 빈 필하모닉과 손잡고 오는 6월 20~29일까지 열흘간 전 세계 승객 1350명을 태우고 지중해 일대를 여행하며 빈 필하모닉의 연주를 즐기는 '음악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빈 필하모닉 같은 세계 정상급 악단이 크루즈 여행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의 대형 유람선 회사인 아이다(AIDA)는 빈 필하모닉과 손잡고 오는 6월 20~29일까지 열흘간 전 세계 승객 1350명을 태우고 지중해 일대를 여행하며 빈 필하모닉의 연주를 즐기는 '음악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빈 필하모닉 같은 세계 정상급 악단이 크루즈 여행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정(旅程)은 환상적이다. 20일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팔마에서 승선한 뒤, ▲22일 몰타 ▲23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카타니아 ▲25일 리보르노·피렌체 ▲26일 칸 ▲27~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지중해 연안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들에 정박하며 1~2일씩 관광을 즐기는 코스다. 주빈 메타의 지휘와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의 협연으로 빈 필하모닉은 피렌체와 바르셀로나에서 두 차례 갈라 콘서트를 열고, 랑랑과 빈 필 단원들은 휴양지나 선상에서 독주회와 실내악을 들려준다. 7만t 규모의 유람선은 자체 콘서트홀과 스파(spa), 피트니스 센터와 실내외 수영장, 영화관과 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가격은 1인당 최저 341만원에서 최고 1081만원에 이른다.
음반 녹음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았던 오케스트라들이 음반 불황으로 돌파구가 필요해지자, 투어 공연이나 음악 여행 같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고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종호씨는 "예전에는 클래식 음악계가 앉아서 관객을 기다리는 보수적인 마케팅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관객을 찾아 나서는 적극적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람선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한정된 관객을 대상으로 음악가들과의 파티까지 열어주는 '차별화 마케팅'이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도 현지 공연 기획사와 관광사를 통해 여행객을 모집했으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130명이, 한국에서는 65명이 각각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기업인이나 음악 애호가 사이에 입 소문을 타면서 별다른 광고나 홍보 없이 이미 매진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