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놀이 터줏대감' 국악유치원 세웠다

입력 : 2008.01.31 02:39   |   수정 : 2008.01.31 04:36

김종엽씨 "어릴때 체계적인 훈련 못받은게 평생 恨"

28년간 마당놀이판에서 전통춤과 노래, 걸쭉한 입담으로 수많은 관객들을 울리고 웃겨 온 김종엽(61)씨가 국악을 가르치는 독특한 유치원을 세웠다. 윤문식 김성녀와 함께 '마당놀이 3총사'로 불려온 이 스타는 코흘리개들에게 우리 가락과 우리 정서를 제대로 가르쳐 보겠다고 나섰다.

'아름솔 유치원'이라 이름 붙인 이 유치원은 오는 3월 경기도 송추에 문을 연다. 30일 유치원을 찾아갔을 때 김씨는 소문 듣고 모여든 동네 꼬마들에게 판소리, 탈춤을 맛보기로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는 "15년 전부터 입버릇처럼 '난 나중에 유치원 만들어서 애들하고 좀 놀아보겠다'고 했는데 이제 꿈을 이뤘다"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 유치원은 일반적인 유아교육을 하면서 국악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가르친다. 소질 있는 국악영재를 일찌감치 찾아내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교육엔 김씨네 온 가족이 총출동한다. 무용을 전공한 부인 민연옥(50)씨가 원장을 맡고, 대학에서 해금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있는 딸(23)과 대학에서 피리를 전공하고 있는 아들(22)이 국악 교육을 전담한다. 그밖에 김씨와 친분이 있는 쟁쟁한 예술가들이 유치원 교단에 선다.
오는 3월 경기도 송추에 유치원을 여는 마당놀이 스타 김종엽씨가 30일 오전 유치원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즉석에서 우리 춤사위를 가르치자 아이들이 신나게 따라 추고 있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오는 3월 경기도 송추에 유치원을 여는 마당놀이 스타 김종엽씨가 30일 오전 유치원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즉석에서 우리 춤사위를 가르치자 아이들이 신나게 따라 추고 있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김씨가 어린이 국악교육에 애정을 쏟는 데는 '우리 문화 사랑'이라는 뜻 외에도 특별한 사연이 또 있다. 그 자신이 어릴 때 좀 더 체계적인 국악 교육을 받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난 어린 시절 떠돌이 이빨쟁이의 배뱅이굿에 반해서 창극(唱劇)을 하게 됐지요. 스승 찾아 전국을 떠돌며 봉산탈춤, 서도소리 등을 그야말로 어깨너머로 배웠는데 그 과정이 참 힘들었어요. 제대로 된 국악 훈련을 받았다면 지금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있었을 텐데…체계 없이 막무가내로 시작했다는 게 아직까지도 한(恨)으로 남습니다."

이 유치원은 건물 곳곳에도 독특한 생각이 배어 있다. 어린이 건물은 빨강 파랑으로 알록달록해야 한다는 통념도 깨고, 흙벽에 원목 기둥, 통유리창을 써서 우아한 카페처럼 아늑하다. 김씨는 "가령 영어를 가르칠 때도 밀양아리랑의 '날 좀 보소' 가락에 'Look at me' 가사를 얹어 불러 보게 하는 식으로, 모든 수업에 국악을 응용해 볼까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은 김씨가 세우려는 예술교육 보금자리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인근 어린이공연전문극장 '김종엽 아트' 등을 활성화시켜 이 지역을 파주 헤이리와 같은 문화마을 '김종엽 아트 밸리'로 가꿔 나갈 예정이다.

30일 오전 송추에 위치한 아름솔 유치원에서 마당놀이의 3대 명인 김종엽선생이 유치원을 하게 된 배경을 말하고 있다. /이태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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