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1.21 00:53
[리뷰] '기름 유출' 태안 주민 위한 콘서트 연 정명훈 서울시향
세상향해 손 내민 따뜻한 화음
미국 뉴욕에서 투병 중인 어머니 이원숙(90) 여사에게 병문안을 간 지휘자 정명훈은 20일 오전 공항에 도착하기 무섭게 예술의전당으로 향했다. 지난달 기름 유출 사고를 겪은 태안 주민을 위한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연주회는 태안 주민을 위해 클래식 음악계가 마련한 첫 음악회이기도 했다. 서울시향 부지휘자 폴 메이어가 단원들과 함께 부분별 연습을 했고, 정명훈은 예술의전당에 도착하기 무섭게 '거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말러 교향곡 1번을 리허설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가 시작되기 전, 무대 뒤편 중앙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먼저 나왔다. "이거 살겠습니까, 뭐라고 말을 못해요." 한숨 짓는 어민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영상에 객석에서도 함께 탄식이 일었다. 음악회 진행을 맡은 방송인 진양혜씨는 "평소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은 정명훈 예술감독이 음악회를 제안해서 예술의전당이 흔쾌히 받아들였고, 중소기업중앙회도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말러 교향곡 1번은 지난 2005년 10월 지휘자 정명훈이 서울시향에 취임하면서 첫 콘서트에서 연주한 곡이었다. 서울시향으로서는 2년여 만에 다시 연주한 셈이었다. 초반부에 서두르지 않는 지휘자의 해석이 살아 있었고 금관이 비교적 단단하게 버텼지만, 연습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전체적인 앙상블이 촘촘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행사의 성격을 갖는 공연 특성상, 악장 간 박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시콜콜한 평가 이전에 국내 오케스트라가 먼저 세상을 향해 따뜻한 손을 내민다는 의미가 살아 있었다. 지휘자 정명훈은 두 손을 꼭 쥐고 "이번 사태를 겪은 주민들을 위해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싶다"며 앙코르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을 지휘했다. 공연이 끝난 뒤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모금한 2억2600만원과 공연 현장에서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을 태안군에 전달했다. 서울시향은 다음달 2일 예술의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9번을, 같은 달 21일 고양아람누리에서는 말러 교향곡 1번을 잇달아 연주한다. (02)3700-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