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 이정화, 또 다른 시작...뮤지컬서 파워풀 열창 선사

입력 : 2008.01.15 13:12

"가장 힘든 점이요? 연출자가 날마다 들들 볶아요."

뮤지컬배우 이정화의 표정이 환하다. 그녀는 요즘 흔한 말로 '파격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밴디트-또다른 시작'(연출 이지나)에서 파워풀한 록가수로 출연 중이다.

연출자를 거론하며 대놓고 불평할 수(?) 있는 사연이 있다. 둘은 대학(서울예대) 동기로 절친한 단짝. 8년전 연극 '태'에서 연출과 배우로 호흡을 맞춘 이래 두번째로 조우했다.

"친구라고 봐주는 게 없어요. '한번 고생해봐야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며 신인 다루듯 하더라니까요."

이정화는 남경주 김선경 최정원 등과 함께 90년대 뮤지컬 붐을 일으킨 주인공 중 한 명이다.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 조연상 주연상을 차례로 받으며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그녀가 주로 맡아온 역할은 '공주' 계열. '꾀꼬리 같은' 맑은 목소리와 어울려 예쁜 연기만 해왔다. 이러던 그녀가 머리도 짧게 깎고 로커가 됐으니 세월의 변화가 무상하다.

이정화가 맡은 한경애는 80년대 가수왕 출신으로 이제는 한물 간 가수. 남편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온 그녀는 정신착란 증세속에서도 다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이렇게 터프한 역할은 처음이에요. 록을 부르기도 난생 처음이구요. 기존 뮤지컬 창법과 많이 달라 처음엔 애를 많이 먹었어요."

그러고보니 목이 좀 쉬었다. 평소의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아니다. 더구나 목감기까지 겹쳐 설상가상이었다. 하지만 "목이 쉬니까 오히려 록과 어울린다"며 싱긋 웃는다.

독일 영화가 원작인 '밴디트'는 감옥에 모인 여죄수들이 록밴드를 결성해 탈옥한다는 이야기. 원작과 달리 배경을 한국으로 바꿨다. 작품마다 '리모델링'을 시도하는 이지나 연출이 이번에도 '한국화'를 원했다. 초연 당시의 강한 페미니즘 대신 유쾌 코믹 코드를 많이 삽입해 보편적인 휴먼 드라마로 탈바꿈시켰다.

"그동안 내 연기가 많이 경직돼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강한 역할을 통해 오히려 몸을 풀고 있다고나 할까요."

지난 85년 '판타스틱스'로 데뷔했으니 뮤지컬 밥 20년이 넘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배우, 믿음을 주는 연기, 항상 그 자세로 무대에 선다"는 이정화의 얼굴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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