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패키지 티켓, 왜 좋을까

입력 : 2008.01.12 00:12   |   수정 : 2008.01.12 16:27
방송인 황인용과 소설가 신경숙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의 8차례 공연을 패키지로 끊어서 관람했다는 점이다. 당시 연주회의 평균 유료 객석 점유율은 89% 가량. 전례가 없는 연속 공연이었기에 주최사인 크레디아 측도 흥행 여부를 고민했지만, 8차례 공연 패키지 티켓을 모두 구입한 관객만 815명에 이르렀다. 사실상 전체 티켓의 40%에 가까운 6520장을 미리 팔고서 출발한 셈이었다.

싸게 팔고 묶어 팔고. 올해 공연계의 화두(話頭)는 단연 '패키지 제도'다. 공연장이나 기획사가 1년간 여는 주요 공연들을 3~4개의 공연씩 묶어서 할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2000년 개관 당시부터 패키지 제도를 적용해온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서울시향과 성남아트센터,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와 빈체로까지 올 들어 패키지 제도는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패키지 인기의 원인은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데 있다. 관객들은 마음에 드는 좌석을 골라가면서 보고 싶었던 공연을 20~40%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공연 주최 측은 수개월 전부터 객석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크레디아 김현경 클럽발코니팀장은 "패키지 티켓은 연초부터 판매하기 때문에 매표에 대한 부담과 마케팅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LG 아트센터의 패키지 티켓 구입 관객의 비율은 ▲무용 24% ▲월드 뮤직 22% ▲연극 17% ▲클래식 15%에 이른다. 대략 관객 5명 가운데 1명은 패키지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공연 기획사 빈체로도 올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2월), BBC 필하모닉(3월), 드레스덴 필하모닉(6월) 등 5개 악단의 공연을 묶어서 홈페이지(www.vincero.co.kr )를 통해 할인 패키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연령과 성별, 취향 등을 사전(事前)에 파악하고 공연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패키지 제도의 강점이다. LG아트센터와 크레디아 자체 회원의 성별과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여성 회원이 59~63%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20~30대가 70~7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패키지 티켓 판매의 확대는 생활 스타일의 변화와 연관 있다. 서울시향 양창섭 홍보마케팅팀 과장은 "공연 문화가 정착될수록 사전에 티켓을 구입한 뒤에 스케줄을 공연에 맞추는 식으로 생활 패턴도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