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1.12 00:08
| 수정 : 2008.01.12 00:09
[리뷰] 연극 '과학 하는 마음'
연극 '과학 하는 마음'(연출 성기웅)은 관객이 객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시작돼 있다. 무대는 일본의 어느 생명과학 연구실. 배우들(과학자들)은 관객들이 자리에 앉는 동안 하나 둘씩 출근하며 인사를 나누고 흰 가운으로 갈아입는다. 극이 끝날 때까지 90여분 동안 암전도 장면전환도 없다. 연극적 압축이나 생략 자체를 거부한 채, 등장인물들의 일상에 흐르는 시간을 그저 늘어놓는다. 18명의 배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말을 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방식 역시 우리의 산만한 삶과 닮아 있다.
'도쿄 노트' 등을 통해 일상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놓는 새 연극 장르 '조용한 연극'을 개척한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이다. '발칸 동물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과학하는 마음'은 기승전결식 이야기 전개와도 이별한다. "전쟁터에서 식물인간이 된 세계적인 과학자의 뇌를 보존해달라"는 충격적인 제안을 중심으로 과학자들간의 토론과 충돌이 있고, 교생실습을 준비하는 학부생들의 연습 장면이 들락날락할 뿐이다. 이야기는 토막 났다가 모이고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도쿄 노트' 등을 통해 일상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놓는 새 연극 장르 '조용한 연극'을 개척한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이다. '발칸 동물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과학하는 마음'은 기승전결식 이야기 전개와도 이별한다. "전쟁터에서 식물인간이 된 세계적인 과학자의 뇌를 보존해달라"는 충격적인 제안을 중심으로 과학자들간의 토론과 충돌이 있고, 교생실습을 준비하는 학부생들의 연습 장면이 들락날락할 뿐이다. 이야기는 토막 났다가 모이고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이 낯설고 어지러운 연극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거부반응은 곧 가라앉았다. "잘 보존해둔 뇌에 뇌사 환자의 몸통을 붙인다면 그것은 누구인가?" "인간은 어디서부터 살아 있다고 해야 하나?" "인간이란 무언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이 관객의 뇌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뼈와 살, 머리와 몸통이 있기 마련이다. '과학 하는 마음'은 살보다 뼈, 몸통보다는 머리가 지배하는 연극이다. 재료도 한국연극이 좀체 다루지 않았던 과학이라서 신선하다. 동물실험의 윤리를 둘러싼 말다툼, 진화와 면역 등을 다루는 교생실습은 과학에 무관심한 관객에게도 친절한 기초정보를 준다.
보기 드물게 지적인 연극이 대학로에 이식된 느낌이다. 그러나 연기와 연출은 좀 더 치밀해질 필요가 있다. '과학 하는 마음'의 거칠고 무질서한 화법은 약속되고 준비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점점 고요해지는 무대, 그렇게 어두워지는 조명은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이 연극에 잘 어울리는 엔딩이었다.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744-7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