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죽도록 달린다'
신 개념 연극이 돌아왔다
2004년 초연 당시 ‘활동이미지연극’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며 환영받았던 '죽도록 달린다'가 돌아왔다.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한 연출가 서재형의 섬세한 무대 운용, 그리고 한 번의 휴식도 없이 무대를 맹 질주한 배우들에 힘입어 평단의 주목과 매스컴의 찬사를 받았던 공연이다. 작품의 긴박감을 높이는 것은 역시 극 형식의 참신함. 어느 장면에서건 ‘동작 그만’시켜도 1/500초로 셔터를 누른 사진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최근 제41회 동아연극상에서 ‘새 개념 연극상’이라는 ‘희한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작품성 있는 기존 공연에 세련된 드라마를 입혀, 이미지극에서 놓치기 쉬운 스토리라인을 강화하고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전달로 이야기의 완성도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녀가 달리는 길 끝에는 무엇이
원작이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라고는 하지만 등장인물을 빌려왔을 뿐 '죽도록 달린다'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의리를 위해 총사들이 뭉치는 게 주가 아니다. 보나쉬와 왕비 두 여인의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 욕망이 가진 이중성 등 인간이 가진 비극적 모습을 매력적인 이미지로 발산하는 것이 주다. 사랑과 우정에도 정치적인 계산이 필요한 시대에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숨 가쁜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욕망을 쫓아 살아가는 현 시대를 풍자하여 희망과 비애, 웃음과 눈물을 전달하는 것.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가진 두 여자의 서로 다른 달리기의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감만족! ‘죽달’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죽도록 달린다'를 본 관객들이 하나같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는 것이 독특한 무대. 객석을 향해 기울어진 사각의 링은 꽤 역동적인 무대를 구축한다. 아니 그 전에, 비스듬하게 경사진 무대 자체가 편안하지 않은 그들의 관계와 그들의 달리기를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비뚤어진 링 외곽은 달타냥과 삼총사들이 죽도록 뱅뱅 돌며 질주하는 원형의 레이스가 된다. 링 위는 왕비의 침실이 되기도 하고 왕의 집무실이 되기도 하는데, 분위기에 따라 신기하게 등장하는 소품들은 체크해둘만 하다.
만화에서 주인공이 열정적으로 달릴 땐 “탓탓탓”하는 배경음이 필수다. '죽도록 달린다'의 가장 큰 특징은 공연 내내 한 번도 쉬지 않고 그야말로 ‘죽도록 달리는’ 배우들과 라이브로 연주되는 박진감 넘치는 음악의 만남이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긴박한 북소리는 극의 긴장감과 스피드를 더하고, 북소리와 함께하는 무대 위의 무한 질주는 관객들에게 흥분과 긴장감을 안겨 준다. 북소리가 빨라질수록 호흡이 가빠지고 터질 것 같은 심장은 배우와 관객의 구분 없이 새로운 의지로 충만하게 된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공연에서 소리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감칠맛 나는 음향 역시 질주의 재미를 더하는 포인트. 극 중 고양이 울음소리와 방울소리 등 소리 배우들이 만드는 음향효과는 이미지를 입체화시키고, 말 달리거나 뛰는 연속된 동작을 통해 활동성을 부여함으로써 정지된 왕실의 이미지와 숨 막히게 달리는 삼총사의 활동성을 대비시켜 극적 효과를 준다. 여기에 재치 있고 독특한 안무를 더해 극이 가지고 있는 묘미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