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탭서울 대표 최웅집
'스탭서울’의 대표 최웅집. 공연 스태프들 사이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 할만하다. 스탭서울은 제작, 장치, 조명, 음향 등 공연예술의 분야별 전문 인력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로, 그는 이곳에서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무대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현재는 서울과 지방의 공연장들을 실제로 측량하고 그것을 데이터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각 공연장들이 실측 도면을 갖고 있긴 하지만, 막상 받아보면 틀린 정보가 수두룩하거든요. 이런 것들은 그때그때 교정하고 업데이트 해줘야 나중에 일하기가 편해요.” 그는 그저 ‘우리가 일하는데 필요해서’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막상 스탭서울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그들이 조사한 공연장 도면이며 장비 리스트가 고스란히 공개되어 있다. 돈 들이고 인력 들인 일을 공짜로 나눠주고 있는 셈. 그는 다른 스태프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정보는 당연히 노출돼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스태프들은 ‘뺏긴다’는 생각에 좋은 정보가 있어도 서로 공유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12월에는 저희 이름을 건 잡지를 창간해요. 배우고는 싶은데 마땅히 배울 자료가 없는 아마추어 스태프들을 위한 잡지죠. 수많은 현장경험으로 얻은 저희의 각종 노하우들을 아낌없이 공개할 계획이에요.”
스탭서울은 각 공연장에서 활동하는 공연 스태프들의 공동투자로 만들어진 법인주식회사다. 주 업무는 ‘공연제작대행’. 공연을 제작하는 프로덕션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오면, 이들은 조명, 음향, 무대 등 각 분야의 A급 스태프들로 최상의 팀을 구성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공연에 ‘맞는’ 스태프를 구하는 게 더 중요해요. 같은 조명감독이라도 전문분야는 각자 다르니까요. 필요할 땐 저희 소속 스태프 대신 외부 스태프를 영입하기도 하죠. 이처럼 해당공연과 성격이 맞는 스태프들을 모아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게 저희 임무예요. 최근에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팀과 아트마켓 쇼케이스 무대의 모든 기술적 지원을 담당했습니다.”
일단 팀이 구성되고 나면, 맡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작은 소품 하나까지 직접 관여하고 실제로 발로 뛰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어쩔 수 없는 현장 체질이다. “원래는 사운드 디자이너였어요. 하지만 대표직을 맡게 된 지금, 음향 쪽으론 거의 손을 뗀 상태죠. 아쉬움은 없어요. 스태프도 좋지만 그 스태프들을 챙기는 ‘뒷일’ 또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모 영화배우의 표현처럼 ‘밥상을 차리는 일’이 스태프의 몫이라면, 그 스태프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건 바로 그의 몫인 듯 했다.
올해로 창립 7주년을 맞이한 스탭서울의 포트폴리오에는 일반 뮤지컬이나 연극보다 축제나 무용, 클래식 공연이 더 눈에 띈다.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소극장 공연은 의뢰가 잘 안 들어와요. 예산이 맞질 않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다 실제 무대 판에 있던 사람들이에요. 사정을 아니까, 어렵게 공연하는 곳일수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죠. 일례로 올해 ‘서울변방연극제’ 때는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다들 흔쾌히 받아들이고 즐겁게 작업했어요. 소극장 공연이라도 저희는 언제든지 발 벗고 나설 준비가 돼있습니다.”
‘춘천무용축제’로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춘천아트페스티벌’은 스탭서울의 이러한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 사업이다. 시간 걱정, 예산 걱정 없이 마음껏 작업하고 싶은 소박한 바램으로 스탭서울 식구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축제인 것. “모든 출연자와 스태프가 노 개런티로 참여하는 축제에요. 그럼에도 마음껏 작업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이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동참하죠. 저희끼리 소꿉장난처럼 시작한 건데, 이제는 축제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 하도 많아져서 발을 뺄 수가 없어요. 하하.” 잡지 창간부터 축제까지, 스태프들을 위해 부단히 밥상을 차리고 있는 그가 자신의 밥은 제대로 챙겨먹고 다니는지 슬슬 걱정이 됐다. 스태프를 위해 일하는 스태프, 최웅집. 그의 속이 든든해야 스태프들의 속이 든든하고, 그래야 배우와 관객들의 속이 든든해짐은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