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 연구소 신디아 하잔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남녀의 애정이 지속되는 최대기간은 고작 30개월이라고 한다. 결혼 후 불과 몇 년 만 지나면 부부는 권태기를 느끼고, 이로 인해 갈등을 겪거나 이혼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기, 이런 통념을 깨는 명품 연극 한 편이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만난, 그래서 더 특별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는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이번 겨울, 천천히 닮아가며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사랑의 원형을 지닌 이 늙은 부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갈라진 남과 여, 죽음을 앞두고 다시 하나가 되다
세상을 이루는 주류의 성은 남성과 여성이다. 하지만 2500년이 된 플라톤의 신화에서는 태초에 남성과 여성은 서로 나누어 지지 않은 하나의 성이였다고 한다. 뮤지컬 '헤드윅'의 모티프가 된 신화에서도 소개하듯, 악행을 벌이는 인간을 단죄하기 위해 제우스는 하나의 성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 버린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은 끊임없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면서도, 갈등하고 상처 주는 관계로 살아가게 되었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어쩌면 이러한 사랑의 원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만나 죽음까지의 과정을 함께 하며 화려하거나 요란하지는 않지만 천천히 닮아가며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동만과 점순. 생의 정점에서, 이 둘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 사랑이 완전히 증발했다고 믿는 시기에 가장 순수한 사랑의 원형을 완성한 특별한 부부가 여기에 있다.
눈물겨운 인물들, 소중한 배우들
2003년 손종학, 김담희 커플로 시작한 '늙은 부부 이야기'는 2004년 오영수.이혜경 커플, 2005년 이순재.성병숙.이호성.예수정 등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그 생명력에 더욱 활기를 불어 넣었다. 2006년에는 2005년에 이어 이순재.성병숙 커플과 양택조.사미자 커플의 가세로 '늙은 부부 이야기'를 진정한 명품연극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올 겨울 공연되는 2007년 버전에서는 양택조.사미자 커플, 정종준.이혜경 커플이 각기 다른 색깔의 사랑 이야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젊은 배우들의 열정적인 사랑들로만 가득 찬 작금의 공연 무대에서, 대한민국 공연계와 역사를 함께 한 소중한 배우들의 사랑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늙은 부부 이야기'는 명품 공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