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 마음을 다시 닫아요?

입력 : 2007.11.27 09:01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춘향전'을 배우던 고등학교 1학년 국어시간, 선생님은 수업이 끝날 때쯤 음흉한 미소를 날리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실 이 '춘향전'은 말이다, 원문으로 읽으면 무지하게 야하지. 흠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삶의 최대 화두는 사랑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사랑하고 표현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이라고 바뀐다 해도 그 본심은 같지 않은가. 사랑한다고, 너무 사랑한다고.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그렇게 태어났다. 사랑할 때, 저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눈부신 에너지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같다고 말하면서.


우리 선율로 노래하는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 소리의 매력과 사랑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어, 관객들이 배꼽잡고 웃다가, 눈물을 쏙 빼게 하는 ‘사랑의 떨림’을 전한지 벌써 6년째. “전통적인 사랑 방식을 동시대에 통용되게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인당수 사랑가'는 '심청전'의 ‘인당수’와 '춘향전'의 ‘사랑가’를 더해 만들어낸 순수 창작 뮤지컬이다. 하지만 '인당수 사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춘향전'도 아니고 '심청전'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옛날이야기 속 친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그들이 보여주는 삶은 지금 당신이 고민하고 있는 바로 그것, 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나 소망하는 완전한 사랑,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중년의 원숙한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끝없는 사랑을 춘향, 몽룡, 변학도, 방자, 뺑덕네 등이 모두 모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 소리’와 ‘우리 호흡’을 통해 지금 현재 ‘우리’의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는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우리 고유의 색과 문양이 들어간 한지공예 소품과 파스텔 톤 한복의 아름다움, 그리고 춘향과 몽룡의 가슴 절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새벽빛 조명 등으로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 단아하면서 기품 있게 꾸몄다. 게다가 영화 '황진이', '꽃잎', '강원도의 힘', '아름다운 시절' 등의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원일은 ‘우리 소리’는 낡고 촌스럽고 고리타분할 거라는 편견을 완전히 버리게 한다. 전통과 현대, 동서양을 넘나드는 음악 스타일을 구사하며 우리 선율로 장단을 대사화하는 기본 흐름은 지키면서 각 캐릭터별로 다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냈다. “한 번 마음 열고 사랑했는데 어떻게 그 마음을 다시 닫아요”라는 춘향의 애절한 사랑은 현재 한국 여성들이 즐겨 부르는 발라드적인 감성으로, 중년의 변학도는 공명을 시켜서 우아하게 부르는 스타일로, 몽룡은 서양의 뮤지컬 창법을 활용해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전달한다.


변학도가 21세기에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묻겠다. 내 수청을 들겠느냐?” 온갖 탐욕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변학도가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에서 만큼은 병적으로 춘향이를 탐하는 것이 아닌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옆에 두고 싶어 하는’ 순수한 사랑을 가진 남자로 등장한다. 이때, 춘향이의 입장에서 불같은 사랑만을 남겨놓고 떠나 연락 한 번 없는 이몽룡보다 곁에서 지켜주고 힘이 되어 주는 변학도를 선택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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