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이 남자, 1년 만에 다시 벽을 드나들게 되었다. 작년 겨울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Le passe-muraille)가 올 겨울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발랄한 상상과 우아한 코미디로 무장한 정통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쉘부르의 우산'으로 유명한 영화음악가 미셸 르그랑의 감미로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미술, 그리고 다양한 출연진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공연. 이번 공연에는 남경주와 고영빈 등 뮤지컬 스타들이 새로운 주역으로 합류하는 한편, 인상적인 조연 연기를 펼쳤던 초연 멤버들이 다시 합세했다.
배경은 1940년대 프랑스 몽마르뜨르. 주인공 ‘듀티율’은 어느 날 갑자기 벽을 통과해 자유자재로 이곳저곳을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평범하기만 하던 듀티율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고, 그는 프랑스 전체를 들썩이는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 벽을 뚫는 도적이 되어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게 된 듀티율이지만 그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같은 거리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이사벨의 마음. 그는 자신의 마음을 이사벨에게 전하기 위해 점점 더 유명해지려고 한다.
미셸 르그랑의 음악세계, 위트 넘치는 가사를 만나다
이처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이 유쾌하게 펼쳐지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프랑스의 국민작가 마르셀 에매의 소설을 원작으로 96년 파리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작품은 극의 모든 내용을 대사 없이 노래로 풀어가는 오페레타 뮤지컬의 형식을 갖췄는데, 영화음악가 미셸 르그랑의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악세계가 이 속에서 펼쳐진다.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감미로운 선율에 어우러지는 위트 있는 가사들로 가득한 뮤지컬 넘버를 들으면, 이 작품의 부제가 ‘몽마르뜨르 언덕의 사랑 예찬’이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주연보다 조연이 더 인상적인 공연… 11명의 배우가 23명의 캐릭터 연기
'벽을 뚫는 남자'를 감상하는 재미 중 하나는 11명의 배우가 23명의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데 있다. 한 배우가 1인 3역까지 다채로운 연기 변신을 극 중에 선보여야 하며, 변신 자체가 관객이 쉽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야 한다. 게다가 이 작품에는 특이하게도 앙상블이 없다. 모든 배우가 자신의 솔로 파트를 노래하며, 각각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표현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을 앞두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점도 인상적이었던 조연을 누가 연기하느냐 하는 것이었다는 후문. 초연 당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정신과 의사 등 세 가지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호평을 받은 김성기와 데뷔 무대를 멋지게 장식했던 해이(HEY) 등 많은 초연 배우들이 재공연을 위해 다시 뭉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