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뮤지컬 시즌 개막
11월 서울은 ‘뮤지컬 도시’다. 부지런한 관객은 이달 서울에서만 최대 49편의 뮤지컬을 볼 수 있다. 뮤지컬 본고장이라는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보다 많은 수치다. 이 무렵 열리는 연말 시즌은 공연계, 특히 뮤지컬이 대목이다. 토니상 수상작으로 국내 초연인 ‘헤어 스프레이’와 ‘스펠링 비’가 13일 나란히 개막하고, 16일 앤드루 로이드 웨버(작곡가)의 ‘뷰티풀 게임’, 17일엔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가 관객을 만난다. 12월에는 ‘맘마미아!’ ‘명성황후’ ‘애니’ 같은 히트작들과 내한 공연인 ‘십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올 연말 시즌의 특징은 지난해 ‘라이온 킹’ ‘에비타’에 견줄 만한 헤비급이 없다는 점이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는 “ ‘헤어 스프레이’ ‘뷰티풀 게임’ ‘스펠링 비’ 등은 일반 관객에겐 대작 느낌을 안 준다”며 “고만고만한 뮤지컬들끼리 경쟁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박건형 김도현이 주인공을 맡은 ‘뷰티풀 게임’은 벨파스트 축구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1970년대 북아일랜드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다. 2000년 초연작으로 ‘축구 발레’로 불리는 안무도 볼거리다. 뮤지컬로는 드물게 비극으로 끝난다.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할 ‘헤어 스프레이’는 1960년대가 배경인 뮤지컬 코미디다. 뚱뚱하지만 유행에 민감한 10대 소녀 트레이시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올해 개봉한 동명 영화에서는 존 트라볼타가 에드나 역을 연기했다. 방진의 고명석 정준하 등이 출연한다. 충무아트홀 소극장을 채울 ‘스펠링 비’는 2005년 토니상 극본상 수상작이다. 영어 철자 맞히기 대회를 한국식으로 바꾼다. 대회에 참가한 6명의 아이들이 승패보다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김종욱 찾기’ ‘컨페션’ ‘뮤직 인 마이 하트’ ‘달고나’ 같은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들도 이 시즌에 어울린다.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3개관)에서는 올해 초연작인 ‘샤인’을 비롯해 ‘인당수 사랑가’ ‘미스터 마우스’ 등 창작 뮤지컬 3편이 12월 말까지 동시 공연된다.
뮤지컬이 대선보다 재미없다고? 연말 티켓 세일즈 부진
올 연말 뮤지컬 시즌은 티켓 세일즈 측면에서는 좀 부진하다. 공연 외적 요인으로는 ▲대통령 선거로 인한 관심 부족 ▲‘신정아 사건’으로 인한 기업의 문화비 지출 감소 등이 꼽힌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작년에 비해 시동이 늦게 걸리는 분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같은 시기에 같은 공연장(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에비타’와 ‘뷰티불 게임’을 비교해 볼 만하다. ‘뷰티풀 게임’의 대중적 인지도가 ‘에비타’에 비해 좀 낮은 게 사실이지만 예매 상황은 차이가 컸다. 개막 20일 전 기준으로 ‘에비타’는 55%가 팔린 반면 ‘뷰티풀 게임’은 35% 예매에 그쳤다. 특히 기업·그룹 판매분은 40%나 감소(개인은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大選)도 공연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크의 김동업 대표는 “대선의 영향을 파악하긴 아직 이르다”면서도 “TV뉴스 시간대와 공연 시간대가 충돌하기 때문에 승부가 박빙으로 흐르면 매표가 20% 이상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