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커피 향보다 더욱 진한 감성으로 다가오다

입력 : 2007.10.22 08:53

뮤지컬 '러브 인 카푸치노'

태양이 어지러운 거리를 비추거나 황금의 먼지처럼 황혼이 따뜻한 대지 속으로 밀려올 때, 그리고 밤이 찾아와 수백 만 개의 불빛들이 세상을 대낮처럼 밝혀줄 때면 나는 어김없이 카페의 테라스에서 음료수를 앞에 놓고 멍청히 앉아 있다. 시간을 잊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 내 앞에 펼쳐진 세계를 바라본다. 파리는 문을 활짝 열고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이면서 날마다 큰길을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각양각색의 군중들을 사열하고 있다. 모든 인생들의 모습들이 거기에 총망라되어 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당신은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며, 자신을 위해 천 가지 이야기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헤밍웨이_ <파리는 축제다> 中


커피와 사랑은 닮은꼴이다. 우선 데이지 않을 만큼의 온도와 해롭지 않을 정도의 수위를 요하며, 철이 들 무렵에 시작, 한번 길들여진 입맛은 쉽사리 바뀌질 않고, 쌀쌀한 공기가 감도는 계절이면 더욱 간절해진다는 것. 악마의 유혹처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두 단어 커피와 사랑, 뮤지컬 '러브 인 카푸치노'에서 확인해보자.


언젠간 내게도 사랑이 찾아오겠지


환상 같은 선율이 흐르는 카페 화이트엔 네 명의 남녀가 있다. 방랑하는 자유주의자 제일, 낮엔 커피를 밤엔 음악을 만드는 동생 제이, 남몰래 가수의 꿈을 키워가는 코디네이터 연우, 화려한 겉모습 속에 어두운 내면을 지닌 톱 가수 엘리스까지. 이들은 모두 사랑을 꿈꾸지만 이루지 못하고, 이상을 향하지만 닿을 수 없다. 한걸음 뒤에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긋난 관계와 오해들. 그러나 그들은 좌절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따뜻한 커피로 얼어붙은 맘을 녹이고, 순수한 사랑으로 서로를 감쌀 뿐.


유영석이 사고쳤다?


뮤지컬 '러브 인 카푸치노'는 작곡가 유영석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유영석 특유의 색깔을 담는데 성공했다.‘네모의 꿈’,‘7년간의 사랑’등과 같은 그의 음악과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또한 ‘그랬나봐’,‘그녀가 웃잖아’등의 곡들로 사랑받은 가수 김형중이 제이로 분하며 조심스레 뮤지컬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과장되지 않은 목소리로 자기 몫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제법 신선하게 다가오는 뮤지컬 '러브 인 카푸치노'! 한 가지 귀띔을 하자면 유영석이 직접 무대에서 반주도 하고 때론 겸연쩍은 연기까지 선보이니 기대해도 좋다는 것. 단, 그의 목소리는 끝까지 가봐야 겨우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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