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하는 인간’의 강렬한 노래

입력 : 2007.10.18 00:17

리뷰: 뮤지컬 ‘햄릿’

햄릿(신성록)과 오필리어(신주연)는 어두운 성벽에 기대 노래한다. 아버지를 잃은 절망감, 햄릿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누른 채 둘은 ‘렛츠 라이즈 어버브 더 월드(Let’s rise above the world)’로 마음을 합친다.

무대가 회전하면, 성문이 내려와 침대로 변해 있다. 햄릿과 오필리어가 몸을 섞을 때 침대로 붉은 칼(조명)이 꽂히고, 죽은 선왕의 유령이 나타나 주문 걸듯 말한다. “피로 응징해라….”
햄릿(신성록)이 연극으로 진실을 밝히기 직전‘투데이 포 더 라스트 타임(Today for the last time)’을 부르고 있다. /프레인 제공
햄릿(신성록)이 연극으로 진실을 밝히기 직전‘투데이 포 더 라스트 타임(Today for the last time)’을 부르고 있다. /프레인 제공
뮤지컬 ‘햄릿’(연출 왕용범)은 햄릿이 복수를 결심하는 이 장면 말고도 장점이 많았다. 체코 뮤지컬로 이번이 국내 초연인 ‘햄릿’은 빠른 속도로 극을 전개하면서도 중요한 사건이나 감정을 빠뜨리지 않았다.

대사를 최소화한 채 20여곡의 노래로 이야기를 굴리고, 오케스트라는 역동적인 록 음악을 쏟아내 콘서트장 분위기를 빚었다. 무덤지기나 유랑극단 배우들이 세상살이의 다른 모서리를 보여주며 긴장을 이완시키는 대목, 거투르트(서지영)의 거울 장면도 좋았다.

특히 ‘1막+2막+커튼콜’로 구성됐다고 할 만큼 커튼콜(약 10분)의 비중이 큰데, 흥겨워 마취제를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햄릿’을 본 관객에겐 통증도 있었다. 셰익스피어 연극이 원작인 이 뮤지컬은 숭고하고 비극적인 감흥에 닿진 못했다.

음악성이 있고 지루하진 않지만 무대는 느슨했고 밀도가 아쉬웠다. 가수 김도향은 아직 배역의 성격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폴로니우스가 헐거웠고, 신성록은 고음이 불안정해 노래의 끝이 개운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거대한 비극에 마침표를 찍어줘야 할 햄릿과 레어티스의 결투 장면은 힘이 달렸다.

▶11월 11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김수용·신성록·성두섭이 햄릿을, 서지영·신효범·이주원이 거투르트를, 김도향·송용태가 폴로니우스를 나눠 맡는다. 1588-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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