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들의 발칙한 반란

입력 : 2007.09.27 09:20

연극 '변'

조연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조연이 주연이 된다면 어떨까?’

연극은 이처럼 발칙한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한다. 성춘향과 이몽룡이 없는 '춘향전', 애달픈 사랑에 빠진 연애시인 변학도, 그를 둘러싼 아전과 기생들의 정치싸움……. 원작에서는 조연과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변학도 외 기타 등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변'은 '춘향전'이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마치 심봉사의 공양미 삼 백석을 ‘꿀꺽’해야만 했던 뺑덕어멈의 속사정이나 무능한 흥부를 아버지로 둔 자식들의 인간적인 고뇌에 귀 기울여 보는 식으로, 연극은 새로운 서사구조를 통해 고전을 뒤집어보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춘향과 몽룡 없는 춘향전?



연극 '변'은 '춘향전' 중 ‘열녀춘향수절가’와 ‘남원고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변형시켜 재구성한 작품이다. 본래 '춘향전'에서는 이몽룡과 성춘향, 변학도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지만, '변'에서는 아전과 기생이라는 원전의 주변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끄는 한편, 세 사람의 애정관계도 변학도의 짝사랑으로 모습을 바꾼다. 악역이었던 변학도 캐릭터 역시 춘향을 짝사랑하는 음유시인으로 새롭게 탈바꿈한다. 그동안 '춘향전'을 재해석한 공연은 많았지만 이토록 서사구조를 완전히 뒤엎은 공연은 일찍이 없었던 듯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황지우와 연출가 이상우, 흡사 강호의 고수를 연상시키는 두 사람의 만남에 ‘그로테스크 코미디’라는 야릇한 부제 또한 이 연극에 관심이 쏠리게 하는 이유다.



고전으로 풍자하는 현대 정치판



서로를 율곡, 다산, 고산, 퇴계, 추사로 부르는 아전들이 기생을 끼고 노닥거리다 새로운 수령의 부임 소식에 한바탕 난리를 피운다. 새로 부임할 수령은 장안에 이름 난 연애시인이자 명문가 자제인 변학도. 그는 절세미인으로 소문난 춘향에게 수청을 받겠다는 일념 하나로 관아 일도 내팽개친 채 공허한 시만 읊는데, 이에 아전과 기생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지만 공교롭게도 어느 하나 그에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내지 못한다. 이처럼 변학도를 둘러싼 5명의 아전들과 5명의 기생 이야기를 그린 '변'은 시대적 배경이 조선임에도 불구, 예리한 시대반영을 통해 현 한국 정치권을 향한 조소 섞인 풍자를 보여준다. 각 아전들의 호를 한국의 정치인 호에서 따온 것은 그러한 의도가 분명히 엿보이는 부분. 연극이 아닌 한판 ‘놀이’를 방불케 하는 새로운 형식, 독재시대로의 회귀를 경고하는 묵직한 주제 의식과 이를 풀어내는 맛깔 나는 대사는 '춘향전' 못지않은 작품성을 획득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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