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문난 잔치’ 먹을 것도 많더라

입력 : 2007.09.20 00:36   |   수정 : 2007.09.20 02:20

뮤지컬 ‘스위니 토드’

차돌 같은 복수심이 이발사 스위니 토드(류정한)를 죽였다. 토드의 연쇄살인행각을 알아챈 사람은 하필 지능이 떨어지는 파이가게 조수 토비아스(홍광호)였다. 토비아스가 토드의 면도칼로 그의 숨을 끊어놓자, 덩어리로 엎어져 있던 시체들이 벌떡 일어섰다. 다음 순간 관객은 얼어붙었다. 토비아스가 고기 가는 기계를 돌리자 무대 좌우와 천장까지 연결된 커다란 톱니바퀴들이 일제히 꺼억꺼억 울음(기계음)을 토해냈다. 약 1분, 이 한 장면을 위해 존재하면서 작품을 통째로 요동치게 한 무대장치였다.

이렇게 관객을 압도한 뮤지컬 ‘스위니 토드(Sweeney Todd)’는 그때부터 더 높은 밀물로 객석을 때렸다. 토비아스부터 손에 피를 묻혔던 인물들이 천천히 걸어나와 물에 손을 씻고 수건으로 닦는 장면은 숭고했다. 그들이 ‘더 발라드 오브 스위니 토드’를 합창하면 천장에서 밧줄들이 내려오고, 몸은 없는 빈 옷이 대롱대롱 공중에 매달렸다. 막이 오를 때 외롭게 무대에 놓여 있던 이발 의자가 천장에서 툭 떨어지며 암전.
‘스위니 토드’의 오프닝 장면. 런던에 온 노동자들이 단단한 표정으로 객석을 노려보고 있다. /뮤지컬해븐 제공
‘스위니 토드’의 오프닝 장면. 런던에 온 노동자들이 단단한 표정으로 객석을 노려보고 있다. /뮤지컬해븐 제공

‘스위니 토드’는 지난 15일 개막 후 연일 기립박수가 터져 나오고 있다. 1막은 그 박수에 대한 소문을 의심하게 했고 2막은 의심을 잠재웠다. 류정한 박해미 임태경 홍광호 등 스타급 배우들을 집합시킨 이 스릴러 뮤지컬은 최소한 두 가지를 증명했다. 뮤지컬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가 받는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천재성이 한국에도 통한다는 점, 인육(人肉)을 갈아 파이에 넣고 무대에 피가 흥건한 뮤지컬도 대중적인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2005년 스티븐 손드하임의 ‘암살자들’은 관객에 실망감을 안겼었다.

이야기 배경은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영국 런던이다. 재능있는 이발사 벤자민 바커의 아름다운 아내를 본 판사는 그에게 누명을 씌워 나라 밖으로 추방하고 그의 아내를 희롱한 뒤 버린다. 판사는 바커의 딸 조안나까지 넘본다. 이름을 스위니 토드로 바꾼 바커는 런던으로 돌아와 이발소에서 복수극을 벌이고, 시체는 고기가 필요한 파이가게 러빗 부인(홍지민)에게 준다.

류정한 홍광호 임태경은 가창력이 좋았고 조연과 앙상블도 치밀하고 힘있는 드라마를 잘 떠받쳤다. 그러나 높은 음역을 소화하지 못하는 배우들이 적지 않았다.

배우들을 돕기보다 숨가쁘게 만든 개사(改詞), 이발소 의자의 오작동이 때로 집중을 방해했지만 객석은 관대했다. 캐나다 연출가 애드리안 오스먼드의 해석력, 비닐·가설무대·조명·소품으로 부피감을 준 연출력이 그 흠집들을 덮어줬다. ▶10월 14일까지 LG아트센터. (02)501-7888

뮤지컬 '스위니토드'. 뮤지컬해븐이 제공한 하이라이트 영상입니다. /박돈규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