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8.18 00:49
| 수정 : 2007.08.18 02:56
창작 뮤지컬 ‘해어화’
원형무대 위에는 상징적인 세트가 놓였고 형형색색의 조명이 넘실거린다. 눈앞에는 ‘예술적이지만 모호한’ 의상들이 고전을 테마로 한 패션쇼처럼 오간다. 음악은 뉴에이지와 퓨전 재즈의 향으로 우려낸 차에 국악이 가미된 것 같다.
창작 뮤지컬 ‘해어화(解語花)’는 스스로 어려운 과제를 던졌다. ‘퓨전 사극’ 형태로 뮤지컬을 만드는 미션은 모더니즘이 생략된 사회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발점을 찾는 것 같은 시련을 동반한다. 사실 순수한 사극 뮤지컬의 정답도 아직 없기는 하다.
창작 뮤지컬 ‘해어화(解語花)’는 스스로 어려운 과제를 던졌다. ‘퓨전 사극’ 형태로 뮤지컬을 만드는 미션은 모더니즘이 생략된 사회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발점을 찾는 것 같은 시련을 동반한다. 사실 순수한 사극 뮤지컬의 정답도 아직 없기는 하다.
퓨전은 전통과 외래가 만나는 일이고,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현재의 결합이다. ‘해어화’에서 전통 혹은 과거의 요소는 많다. 고관 자제와 기생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폭정에 대항하는 민중 봉기가 결합된 플롯은 역사극의 단골 메뉴다. 반면에 진정 퓨전을 완성시키는 ‘외래’ 혹은 ‘현재’의 요소는 보일 듯 말 듯 여우비 너머 무지개 같다. 하광훈의 음악은 90년대 대중가요의 선명한 멜로디 라인을 선보였지만, 드라마의 긴박한 호흡과 달리 주요곡들은 깃털보다 가벼웠다.
복잡한 사랑 방정식에 집중하기엔 주제가 다소 심오하고 사건은 다층적이다. 안정감 있는 중견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들이 ‘일패 기생’보다 더 향기를 낸다. 특히 유도원 역의 주원성은 비중은 작지만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조승룡, 이정화, 김영주의 호연도 돋보였다. 반면 은향과 여리가 각각 산하와 소연에게 연정을 품으며 ‘4자 사랑’ 구도에 가세하는 과정은 다소 급작스럽다. 또한 이들이 극한적인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줄거리를 내뱉는 몇몇 가사는 시어(詩語)로 격상되면 좋겠다.
‘해어화’는 드라마 방영 후 뮤지컬 각색이라는 좀 더 쉬운 길 대신 먼저 뮤지컬로 개막하는 힘든 길을 택했다. 도전 자체는 아름답다. 리노베이션을 막 끝내고 몰라보게 달라진 한전아트센터 로비는 밝고 편안했다. 바깥세상은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10월 7일까지 한전아트센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