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과 희망의 시소놀이

입력 : 2007.08.20 08:53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하다!

사무엘 베케트의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배우의 절반 이상이 ‘내 인생의 연극’으로 꼽는 전설적인 작품. 20세기의 고전으로 국내외 유수 대학들의 추천도서 리스트에 올라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하다. ‘부조리극’이라는 낯선 장치로 오랜 세월 관객들을 괴롭혀온 것도 부조리하고,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그 가치를 더해가는 것도 부조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부조리한 것은, 이 부조리한 연극 속에서 서글픈 동질감을 느껴야만 하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________를 기다리며

미지의 시간, 미지의 공간. 이치에 닿지 않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 두 남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오늘도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고도가 사람인지 사물인지, 혹은 추상적인 어떤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심지어 무대에는 그 부재(不在)의 현존(現存)을 입증하는 메타포조차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가에, 누군지도 모르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상황만이 존재할 뿐. 두 남자는 무료함과 초조함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껄여대는 한편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참, 그렇지!’와 같은 말들을 주고받으며 종종 서로에게 서로의 의무를 되새긴다. 관객들은 ‘오늘은 못 오지만 내일은 꼭 올 것’이라는 한 소년의 전언을 통해, 그들의 기다림이 계속될 것임을 어렴풋이 짐작할 따름이다.


잔인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이다. 개연성 없는 대화, 의미 없고 간결한 언어패턴의 반복. 그 거북함 속에서 묘한 희극성을 읽어낸 눈치 빠른 관객들은 이내 헛헛한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쯤 왔는가? 꿈은 이루어졌는가? 아니면 이루어질 것인가? 관객들은 연극의 불친절한 물음에 나름의 빈칸을 채워나가며 두 남자의 지루한 기다림과 자신의 일상이 동일시되는 것을 느낀다.

‘목이나 맬까?’ ‘무엇으로?’와 같은 대사들을 태연자약하게 주고받는 그들에게선 인생을 향한 섬뜩한 허무주의가 내비치는 것도 사실. 하지만 그럼에도 끝끝내 기다림을 고수하는 두 사람에게선 한 가지 중요한 진실이 포착된다. 그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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