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차의 풍차를 향해 달려라

입력 : 2007.08.13 08:58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현실을 무시하는 이상주의자로 낙인찍힌 세르반테스. 신성 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그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 창조된 한 인물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그는 바로 용감무쌍한 무사인 라만차의 돈키호테! 매캐한 공기로 가득한 지하 공간. 연기를 위해 갑옷에 투구까지 갖춰 입은 그는 어느덧 노년의 기사 돈키호테로 완벽히 변신한다.


운명이 손짓하여 나는 떠난다.
운명의 거센 바람이 나를 앞으로 이끈다.
운명이 나를 어디로 이끌든 서슴지 않고 달려가리라.
라만차의 사나이, 그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2002년 노벨연구소에 의해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로 선정된 '돈키호테(Don Quixote)'.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에 의해 400여 년 전 태어난 이 작품은 1965년 브로드웨이에서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이래 5번 이상의 리바이벌을 거친 인기 공연으로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아왔다.   


영광의 길을 찾아 나는 가리라


돈키호테는 허황된 이상을 좇는 어리석은 늙은이로 비춰진다. 얼굴은 뼈만 남아 앙상하고 행색은 남루하고 볼품없지만 표정과 눈빛만은 의연하고 용맹하다. 은퇴 후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자신을 돈키호테로 착각하는 알론조가 시종인 산초를 채근하여 모험의 길을 떠난다는 자신의 소설을 진지하게 연기하는 작가 세르반테스. 문자 안에 머물고 있던 '돈키호테'를 황량한 초원과 척박한 언덕으로 인도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극중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면서 작품의 저자와 작품 속 가상의 인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열악한 가정환경과 레판토 해전 이후 얻은 치명적인 질병, 알제리에서의 노예 생활 등 굴곡 많은 인생을 달려오다 중년 즈음 집필활동을 시작한 세르반테스의 모습이 돈키호테와 어찌 그리 흡사한지.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그들은 길 떠나네


지난 2005년, 류정한, 김성기, 김재만, 강효성, 이혜경 등을 앞세워 국내 팬들을 만났던 뮤지컬 '돈키호테'는 감각적인 무대디자인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2007년 판 '맨 오브 라만차'에는 세르반테스이자 돈키호테 역으로 조승우와 정성화가, 알돈자 역으로는 김선영과 윤공주가 더블 캐스팅되어 작품의 명성을 이어갈 태세를 갖췄다. 순결한 희망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그들의 여정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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