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l 오디션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보라, 청춘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한 관현악이며, 미묘한 교향악이다. 뼈끝에 스며들어가는 열락의 소리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幼少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_청춘예찬(靑春禮讚), 민태원
특별한 이유도 거창한 의미도 없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초라한 지하 연습실에서 그들은 연주하고 노래하고 살아간다. 낱개의 하루를 특별한 감동으로 채우려는 여섯 청춘들의 뜨거운 도전은 멈출 줄을 모른다.
내일을 믿어요.
오디션 준비에 한창인 밴드 복스팝은 보컬을 구하지 못해 비상이다. 연습 땐 잘하다가 무대 위에선 얼어버리는 병태, 드럼만 연주했다하면 손과 노래가 따로 노는 석원까지 모두 자격미달이다. 한편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에서 노래를 하던 선아를 우연히 보게 된 병태는 멤버들을 그 곳으로 불러들이고 빼어난 미모에 착한 성격, 만족할 만한 실력까지 갖춘 그녀를 영입하고자 눈물겨운 노력을 벌인다. 이로써 복스팝의 정식 멤버가 된 선아를 위한 거창한 삼겹살 파티를 기점으로 그들은 무려 5천만 원의 상금이 걸린 '하이! 서울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피나는 연습에 돌입한다. 언제나 그렇듯, 불투명한 희망과 막연한 기대를 안고서.
어색하고 서툰 연주가 아니다
약간의 희망도 존재할 수 없는 러시아의 선술집, 싸늘한 냉기와 해로운 눈물이 힘없이 흐르던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기억하는가? 창작 뮤지컬의 건강한 가능성을 열어 주었던 박용전 연출과 그의 사단이 뮤지컬 '오디션'으로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박정환, 이승현, 윤석원, 강초롱, 백은혜 등 창작 무대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배우들은 만 8개월간의 악기 연습 과정을 거쳤고 덕분에 연주와 노래, 연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관객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타와 피아노 연주에서는 전문가를 참여시켜 미약한 부분을 보완하였다. 사소한 실수와 약간의 어설픔도 청춘이기에, 소란한 풍경과 피 끓는 열정도 청춘이기에. 그토록 눈이 부시다.
배우 이승현 Interview
낡은 환풍기가 힘없이 돌아가던 뮤지컬 '밑바닥에서'에서 이승현을 처음 보았다. 독한 술로 삶을 연명하고 먼지로 뒤덮인 머리를 바닥 가까이로 처박는 자폐 증상을 실감나게 연기하던 배우아저씨, 이름을 찾았다며 절규에 가까운 노래를 눈물범벅이 되어 부르던 그가 밴드 복스팝의 상냥하고 친절한 청년 병태가 되어 돌아왔다.
Q_작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A_‘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라는 곡을 가장 좋아해요. 노래 가사를 곱씹어보면 마치 제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아서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이곳에 처음 모이던 날, 그 어색하고 서툰 연주가 내 귓가에 들려/시간은 많이 흐르고 연주는 점점 나아지겠지만 아직 보이지도 않는 꿈들을 우린 만나게 될까? 누구도 알 순 없겠지’라는 부분이 특히나.
Q_기타는 원래부터 연주할 줄 알았나요? 작품을 위해 얼마나 연습했나요?
A_그냥 코드 몇 개만 알고 가볍게 칠 줄 아는 정도였어요. 이번 작품을 위해서 8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고, 맹연습을 한 기간은 대략 두 달이 넘어요. 선생님은 극에서 말없이 기타를 치는 배우 정찬희예요. '밑바닥에서'라는 작품에서 기타를 담당했던 친구인데, 실력이 매우 뛰어나요. 공연 중에 잭이 빠지는 바람에 소리가 안 나서 당황한 적도 있었지만 그런 돌발 상황만 아니라면 능숙하게 작품 속의 곡들을 연주 할 수 있어요.
Q_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A_좋은 작품을 하는 좋은 배우(웃음), 원래의 꿈은 김광석 같은 노래를 하는 가수였어요. 그래서 공대를 다니다가 제대 후 성악과로 방향을 전환해서 대학원까지 마쳤고요. 그러다 박용전 연출의 제안으로 뮤지컬 배우가 된 거거든요. 후회는 없어요. 생활 속의 애환과 기쁨이 묻어나는 그런, 진실함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는 얘기 멋 부리지 않고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배우가 되려고요.
세상의 모든 닻은 모르는 곳의 바다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는 시인의 말, 이승현 또한 그러하다. 얼떨결에 뮤지컬 배우가 되었다며. 하지만 지금의 삶을 기꺼이 즐긴다는 그의 웃음이 잦아들지 않기를. 그리고 제법 꿈에 가까이 다가간 것 같다고 넌지시 말을 꺼내놓는 그의 삶이 무대를 떠나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