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흠, 이 발칙한 코끼리를 어찌 길들일꼬…

입력 : 2007.08.02 00:02   |   수정 : 2007.08.02 07:53

동춘 서커스단 제니, 연극 ‘코끼리와 나’ 에서 부활

1960·70년대 동춘서커스 최고의 배우였던 코끼리 제니가 다시 관객을 만난다. 오는 9월 2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을 채우는 연극 ‘코끼리와 나’(이해제 작·연출)에서다. ‘코끼리와 나’는 15세기 한국땅을 밟은 최초의 코끼리를 다룬 작품이고, 1980년 죽어 박제가 된 제니는 공연 기간 동안 로비에 전시된다. 덩치만큼 이야기도 큰 두 코끼리의 부활이다.

인도 코끼리 제니(암컷)가 동춘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60년대 초 국내에 코끼리는 창경원에 두 마리뿐이었다고 한다. 천막극장에 모인 관객은 물구나무 서고, 코로 하모니카 불고, 커다란 시멘트공 위에 올라가 춤추는 제니에 열광했다. 제니를 앞세우고 장터를 한 바퀴 돌면 아이들이 절로 따라붙었다. 따로 홍보가 필요없을 정도로 동춘의 ‘복덩이’였다.

▲ 연극‘코끼리와 나’는 한국 최초의 코끼리와 소도둑 쌍달(오달수)이 주인공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연극‘코끼리와 나’는 한국 최초의 코끼리와 소도둑 쌍달(오달수)이 주인공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80년 2월 농약 묻은 지푸라기를 먹고 앓던 제니(당시 약 35세)는 숙직자가 불을 꺼뜨리는 통에 동사(凍死)했다. 박세환 단장은 “TV와 영화에 밀려 서커스도 불황에 빠지던 때였고, 제니의 죽음이 결정타 같았다”고 술회했다. 그는 땅에 묻었던 제니를 꺼내 박제로 만들었다.

연극 ‘코끼리와 나’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약 600년 전인 1411년(태종 11년) 일본이 조선왕실에 예물로 바친 한국 최초의 코끼리가 주인공. 실록은 ‘사복시(司僕寺)에서 기르게 했는데 하루에 콩을 4~5말씩 먹는다’고 전한다. 1412년 한 관리가 비웃으며 침을 뱉었는데, 성난 코끼리가 코로 말아 땅에 쳐 죽이는 사건이 터졌다. 코끼리는 섬으로 유배됐다.

연극은 이 코끼리 ‘흑산(黑山)’이를 길들이려고 소문난 소도둑 쌍달(오달수)을 불러오면서 희극적으로 이야기를 보탠다. 동물과 인간의 오해와 다툼, 우정이 그려진다. 무대에서 코끼리는 코나 다리 같은 상징적 부위를 과장하거나 그림자, 인형 등을 이용해 연극적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코끼리와 나’로 한국 최초의 코끼리 흑산이와 한국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 간 코끼리 제니가 나란히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오는 셈이다. 동춘서커스도 9월 29일 박물관 뜰에서 야외공연이 잡혀 있다. 서커스는 국내에서 명맥이 거의 끊겨 박물관으로 밀려나야 할 판이다. 1927년 전남 목포에서 첫 공연을 한 뒤 80년을 유랑한 동춘은 요즘 충북 제천과 경남 마산에 짐을 풀었다. 오늘도 가장 큰 손님은 노인들이나 코흘리개들이다. ▶‘코끼리와 나’ 공연은 10월 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1544-5955
코끼리 제니와 박세환 단장. 동춘서커스 박세환 단장이 서커스단에서 최고의 배우로 활약하다 1980년 죽어 박제가 된 코끼리 제니에 대해 말하고 있다. 뒤로 제니가 보인다. /박돈규 기자
동춘서커스의 코끼리 제니. 경기도 부천 동춘서커스 상설공연장 건설부지의 컨테이너에 들어 있다. 몸집은 길이 3.3m, 높이 2m다. 박제할 때 머리 뼈와 다리 뼈는 그대로 둔 채 내장을 파냈고, 속은 솜으로 채웠다. 긴 코는 안에 철사를 넣어 형태를 바꿀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눈을 만들었고, 상아는 도둑맞았다고 한다. 가죽에 난 상처를 헝겊으로 덧씌우거나 철사로 꿰맨 흔적이 많았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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