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죠?” 무대 위 여자가 쏘아붙인다. “이 세상은 똥구덩이고 우린 거기서 꿈틀대는 구더기야!” 힐난하는 여자에게 남자가 대답한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소. 다만 내게 주어진 길을 따를 뿐.” 이어서 비장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이룰 수 없는 꿈’) 가슴이 더워지는 이가 있는지? 2년 전의 벅찬 감동을 되새기는 이가 있는지. 2005년에 선보인바 있는 브로드웨이의 걸작이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맨 오브 라만차>라는 원제로.
라만차에 살고 있는 알론조는 자신을 돈키호테로 착각한다. 시종과 모험을 떠나는데 풍차에게 달려들고 세숫대야를 황금투구라고 우기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여관의 여종업원 알돈자를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소중하게 대해주는 그. 그를 무시하던 알돈자는 차츰 마음을 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무참히 세상에게 짓밟힌 그녀에 이어 그 또한 자신이 기사가 아닌 한 노인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무대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이렇듯 줄거리는 소설과 다른 점이 없지만 형식이 독특하다. 실제 원작자 세르반테스가 감옥 안의 죄수들에게 자신의 소설을 극중극으로 들려주는 형식이기 때문. 따라서 무대 위 돈키호테는 곧 세르반테스다. <맨 오브 라만차>의 대본을 쓴 데일 와써먼은, 불구이며 교회로부터 파문당하는 등 불행한 삶을 살았던 세르반테스 자체가 돈키호테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데일 와써먼은 <맨 오브 라만차>를 두고 ‘그 자신이 돈키호테였던 세르반테스의 불굴의 영혼에 대한 내 오마주’라고 규정한다.
‘이룰 수 없는 꿈’… 화려한 캐스팅으로 더 기대되는 뮤지컬 넘버들
그랬든지 저랬든지, 어쨌든 <맨 오브 라만차>는 화려한 뮤지컬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룰 수 없는 꿈’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뮤지컬 넘버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음악들을 모아놓은 음반만 해도 세계 각국에서 18종류. 연기력과 가창력을 겸비한 뮤지컬계의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에 관객들의 가슴은 더욱 들뜬다. 주인공 돈키호테(세르반테스) 역에는 연기파 배우 조승우와 뮤지컬계의 차세대 주자 정성화가 더블 캐스팅됐다. 자신의 가치를 깨달아 가는 알돈자 역은 제 1회 더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김선영과 제 12회 뮤지컬대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윤공주가 더블 캐스팅됐다. 이 작품에 실망할 경우의 수는 분명 적지만, 딱 하나만 유의하고 공연장으로 향하자. ‘조승우’보다 그가 연기하는 ‘돈키호테’를 보려고 노력하자. 쉽지 않겠지만 그게 나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조승우에게도.
반세기 동안 사랑받은 뮤지컬의 명작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1965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반세기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초연 직전까지만 해도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큰 기대를 얻지 못했고 예매율은 저조했다. 그러던 것이 초연 다음날 아침, 찬사가 담긴 리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하루 아침에 최고의 공연으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극장은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당시 이 작품은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외부 협회, 버라이어티 여론조사, 토요 리뷰 등에 의해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평을 얻는다. 관객과 평단의 극찬은 가시적인 수상으로 이어졌다. 다음해인 1966년, 토니상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베스트뮤지컬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작곡·작사상, 무대디자인상까지 총 5개 부문을 석권한 것. 최근까지도 브로드웨이에서 끊임없이 리바이벌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명실상부한 뮤지컬의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맨 오브 라만차>의 대표곡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 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부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를 비롯해 엘비스 프레슬리, 앤디 윌리엄즈, 페리 코모 등이 모두 이 노래를 부른 주인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