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형 뮤지컬 '오디션'
온몸이 끈적이고 나른한 여름, 시원하고 화끈한 것이 필요하다? 바로 뮤지컬 ‘오디션’이 있다. 오픈런 뮤지컬 컴퍼니가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선보이는 '오디션'은 젊은 록 밴드의 공연을 소재로 한 콘서트형 뮤지컬이다.
Hi Seoul Festival의 락 콘테스트에 참가하려는 젊은 뮤지션들의 통통 튀는 발랄함과 열정이 묻어나는 파릇한 이야기, 밴드 복스팝의 이야기다.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적어도 무엇인가 될 거라고 믿었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팀에 위기가 다가오고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한 복스팝, 그래도 멈추지 않는 그들의 연주를 들어 보자.
뮤지컬 ’오디션’은 창작뮤지컬 ‘밑바닥에서’를 만든 박용전의 두 번째 작품이다. 연출가 박용전은 외국 작품에 비싼 로열티를 내기보다 창작 뮤지컬에 투자를 하면서 더 나은 공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내일은 모르니까, 오늘 최고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배우와 함께 ‘내일 더 나은 공연을 위해, 오늘 최대로 노력하자’는 의지를 ‘오디션’에 담아 냈다.
‘오디션’의 매력은 배우들이 부르는 ‘모두의 꿈이 벅찬 연주가 내 귀에 들려’라는 노래처럼 열정이 묻어나는 연주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1년 넘게 갈고 닦은 악기 연주 실력이 프로 같다.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 수상,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 작사 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만한 실력을 갖춘 노래다. 홍대 클럽에서 전문 밴드로 뛰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만화적 상상력은 ‘뮤지컬 오디션’의 숨겨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관객만이 들을 수 있는 혼잣말과 나도 한 번쯤 그랬을 상황이 공감과 웃음을 부른다. 한 판 신나게 공연한 배우들이 아트센터 독자에게 한 마디씩 했다.
“전부 다 어려웠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었어요.”
뮤지컬 배우로 두 번째 작품을 시작한 백은혜(김선아 役). 뮤지컬 ‘밑바닥에서’의 페페르를 파멸로 몰고 간 그녀가 가녀리면서도 파워풀한 보컬로 변신했다. ‘외로움을 안다, 혼자 있으면 방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하던 그녀는 복스팝에서 혼자 있는 빈 방을 채울 사랑을 만난다. ‘헤어진 연인들을 위한 행동지침’을 노래하는 백은혜의 감성을 놓치지 말고 느껴 보자.
“왜 나를 떠나요, 차라리 죽어 영원히 떠나 버려요.”
이승현(박병태 役)의 노래를 듣고 나면 그를 떠나면 정말 안 될 것 같다. 그는 김선아와 사랑을 키우는 소심쟁이 보컬이다. 쟁쟁한 작곡과 노래 실력을 겸비하고도 막상 큰 대회에 나가면 얼어붙는 그. 기타 연주 실력과 화려한 노래 솜씨에 반해 이전에 밴드 활동을 했냐고 물으니 대답은 NO. 정찬희에게 기타연주를 배웠다며 팀원 모두 도와 줘서 가능했다고 공을 돌린다.
“마지막엔 한 달은 거의 합숙했어요. 집에 가는 날은 정말 ‘앗싸~’일 정도로 가끔이었죠.”
새빨간 사자머리의 게이, 홍석원을 연기한 윤석원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1년 넘게 일산과 대학로를 오가며 연습한 그가 부르는 고기 찬가를 들으면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기타리스트 정찬희를 사랑하는 순진하고 어눌한 드러머, 관객은 순수한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강초롱이 홍초롱이예요.”
발랄한 금발의 귀여운 매니저, 홍초롱 역을 맡은 강초롱. 똘망똘망 눈빛을 빛내는 그녀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엉뚱함을 보이며 약방의 감초처럼 종횡무진 뛰며 보컬을 찾고 오빠 역할을 맡은 홍석원을 다독인다. 뮤지컬 중간에 양머리를 한 홍초롱이 선사하는 선물을 꼭 받으시길!
“공연이 잘 될까 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연습에 힘들어도 공연하면 다 잊을 만큼 즐거워요.”
죽는 줄 알았다며 말문을 연 정찬희(정찬희 役)는 ‘뮤지컬 오디션’ 멤버의 실력을 갈고 닦은 주인공이다. 그는 박완규 밴드와 진짜 복스팝이란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연출가 박용전의 손에 이끌려 우수에 찬 기타리스트로 변신했다. 뮤지컬 내내 그의 목소리를 듣기는 하늘의 별따기! 하지만 자신은 한 번도 안 웃으며 관객을 웃게 하고 현란한 기타 연주로 관객을 반하게 만든다.
“놀러 오세요. 최고로 놀기 좋은 뮤지컬을 보여 드리죠.”
선 굵은 박정환(최준철 役), 복학생 같은 군복 바지에 갈아입지 않는 빨간 쫄쫄이 런닝셔츠를 입고 베이스를 능숙하게 튕긴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에서 공길의 역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던 그는 복스팝의 리더가 됐다. 첫 공연부터 들어온 앵콜에 부랴부랴 준비했다는 그의 앵콜곡,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함께 소리 지를 수밖에 없다.
‘오디션’은 극의 말미가 급하게 마무리된 감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초연이라 부족한 점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창작뮤지컬의 장점은 끊임없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아진 ‘오디션’을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한번 놀러 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데 안 볼 수 없는지 않은가? 참, 공연이 끝나고 왠지 삼겹살이 땡길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