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썸걸(즈)'
먼저 포스터를 보라. 중심에 있는 한 남자,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네 여자를. 그리고 제목에 유의하라. ‘some girl’은 사랑했던 ‘특별한 여자’라는 뜻이고 ‘some girls’는 그저 스쳐 지나간 여자‘들’이라는 의미다. 이제 줄거리. 이 연극은 결혼을 앞두고 과거 애인들을 만나는 남자와 그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대강 윤곽을 그린 것만으로도 연극 '썸걸(즈)'는 관객들의 흥미를 끈다. 남자가 앞으로 만날 4명의 옛 애인 중, 과연 ’some girl‘은 누굴까? 있기나 한 걸까? 그리고 도대체 결혼을 앞둔 이 남자, 왜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일까?
주인공 강진우는 성공한 영화감독. 약혼녀와 결혼을 앞둔 그는 갑자기 자신의 예전 애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결혼하기 전에 한번만 만나자’는 부탁을 한다. 첫사랑 양선, 도발적인 부잣집 딸 민하, 불륜 상대였던 여배우 정희, 레지던트 은후가 차례로 그가 묵고 있는 호텔방으로 들어간다.진우가 먼저 자신을 떠나버렸다는 공통점이 있는 그녀들은, 각자 자신이 진우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진다.
“결혼하기 전 한번만 만나자”는 이 ‘나쁜 남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우가 만나는 네 여인 중 누구도 ‘some girl’은 없다. “남잔 첫사랑을 못 잊어”, “이상하게 넌 기억에 남더라”, “너는 좀 특별해”, “정말 너밖에 없어”…. 진우는 네 명의 여인들에게 녹음기를 틀듯 똑같은 말로 대하기에. 극이 진행될수록 무대는 이 ‘나쁜 남자’의 비겁한 속내를 드러내고 여자들의 울분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남녀의 성을 전복적으로 다루기도 하면서 남녀관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썸걸(즈)'를 보는 관객들의 반응은 따라서 확연히 나눠진다. 여자들은 손뼉을 치며 통쾌함을 느끼고, 남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들킨 것 같이 부끄러워진다.
‘짝짝’ 손뼉을 치는 여자들, ‘뜨끔뜨끔’ 부끄러운 남자들
연극 '썸걸(즈)'는 영국 출신 극작가 겸 영화감독 닐 라뷰트가 써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당시 이 작품에 대해 영국의 한 언론은 ‘미안하다는 말 뒤에 숨겨진 남자들의 이기적인 동기를 드러낸다’고 평했는데,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우의 ‘진짜 목적’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전해 줄 것이다. 연출은 연극 '아트', 뮤지컬 '클로저 댄 에버' 등으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황재헌이 맡았다.
누가 더 ‘나쁜 놈’ 인지 맞춰보세요!
매력적인 겉모습 뒤에 비겁한 속내를 감추고 끝까지 여자들을 이용하는 주인공 강진우. 이 쉽지 않은 배역을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두 배우가 각각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기한다. 맞춰보시라. 누가 더 ‘나쁜 놈’ 일까?
이석준 - ‘연기경력 13년 내공’의 소유자인 이석준. 그는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에서 '헤드윅'의 트랜스젠더 락 가수까지 항상 새로운 모습을 무대에서 선보였다. 뮤지컬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던 그가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썸걸(즈)'를 선택, 소극장 무대를 찾았다.
최덕문 - 원숙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영화와 TV드라마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최덕문. 그는 KBS 드라마 '마왕'의 바쁜 촬영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썸걸(즈)' 연습에 들어갔다고. 연극에 대한 자신만의 강한 신념이, 그가 여전히 또 연극을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