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면 뒤돌아 뛰어가는

입력 : 2007.07.19 08:44

연극 < 클로져 >

사랑하는 사람과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어,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어 그 사람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저 좋아서 가까이, 좀 더 가까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니까 시선이 안 맞춰지잖아. 초점이 안 맞는다구.”
‘closer’는 ‘관계를 닫는 자’와, ‘더 가까운’이라는 두 가지 뜻을 갖는다. 이는 더 가까이(closer) 다가갈수록 관계를 닫아 끝내버리는(closer) 사랑의 모순적인 속성을 드러낸다. 낯선 사람들이 만나 사랑이란 이름으로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가까워지면 질수록 집착과 욕망으로 초점을 잃게 되는 사랑의 아이러니! 그래서 연극 <클로져>는 달콤한 로맨스를 벗어나 ‘현실’을 보게 하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사랑, 그게 뭔데? 그 사랑 어디 있는데?


시작은 언제나 로맨틱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낯선 사람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끼는 것. 출근길에 택시에 치여 쓰러진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 이거 정말 운명적인 사랑인 듯하다. 하지만 연극 <클로져>는 그들의 ‘달콤한 사랑’, 그 후 2년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사실은 욕망과 집착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그 때. 남자가 사진 찍는 한 여자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다. 


그 사람이랑 잤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현-지현, 태희-운학 커플은 얽히고설킨다. 그들은 ‘고결한’ 사랑에 대해 운운하지 않는다. 솔직하다. ‘대현과 태희’가 바람난 사실을 알게 된 지현과 운학은 그들의 연인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 사람이랑 잤니? 이 집에서도 했니?” 그리고 결국 대현-태희가 맺어지면서 남겨진 지현과 운학도 섹스를 한다. 이혼을 요구하는 태희에게 운학은 섹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게 전부다. 그들은 “나를 사랑하니?”라는 말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관계’ 맺었냐고 더 많이 묻는다. 


그게 왜 중요한데?


“그래 잤어. 아주 뿅 갔어. 그래서 그 다음에 어떡하고 싶은데?” 자기가 던진 질문에 결국 원하는 대답을 듣고도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 라는 말이 듣고 싶었어.” 진실을 알고 싶다며,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그들 사이에서 진실은 오히려 점점 왜곡되어져만 갔다. 눈앞의 진실을 믿지 못하고, 더 가까이(closer) 다가가려 했던 그들 사이에서 진실은 오히려 문을 닫아버렸으니(closer) 말이다. 시작은 로맨틱한 ‘사랑’이었지만 끝은 결국 진실을 담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한, 이기적인 ‘욕망’이다.  


 


영화에는 없는 연극 <클로져>만의 재미  


코믹요소 삽입


영화는 사뭇 진지하다. 사랑이 집착과 욕망으로 귀결되고, 소통하지 못하면서 진실을 알고자 하는 네 주인공들의 복잡한 감정선이 웃을 틈을 주지 않는다. 연극 <클로져>도 주인공들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영화처럼, 아니 영화보다 더 진지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의 분위기를 간간히 유연하게 바꾸기 위해 연극 <클로져> 팀은 영화의 ‘래리’를 한국식 ‘백운학’이라는 귀여운 ‘오바쟁이’ 캐릭터로 바꿔 표현했다. 영화에서 ‘래리’가 능글맞고 계산적인 인물로만 보였다면, ‘운학’은 능글맞긴 해도 좀 더 인간적이고 정감 가는 인물이랄까. 배우 박성준의 천연덕스러운 ‘운학’ 연기에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지현의 상처


영화에서 알리스는 사랑에 대한 상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상처가 어떤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하지만 연극 <클로져>는 지현의 허벅지에 ‘물음표’ 모양의 상처를 새김으로써 그녀의 트라우마를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피부과 의사인 운학이, 연인인 대현이 상처에 대해 물을 때마다 그녀의 설명은 달라진다. 극의 종반으로 치달을 즈음 운학은 그녀의 상처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연인인 대현에게 알린다. 하필이면 그녀의 흉터가 물음표 모양인 것도 연극 <클로져>팀이 지현이라는 캐릭터에 부여한 하나의 장치다.  채팅장면 연극의 한계를 장점으로 멋지게 극복한 장면. 영화는 실제 채팅하고 있는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적이다. 하지만 연극에서 대형모니터를 쓸 수도 없는 노릇. 연극 <클로져>는 채팅장면을 대현과 운학이 나누는 민망하기 그지없는 ‘대사’로 처리했다. 영화에서는 ‘야한 대사’가 컴퓨터 모니터에, 그것도 번역되어 나와 생생함이 덜했지만 연극 <클로져>는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해 ‘생생함’을 살려낸다. 마치 실제 채팅처럼 무미건조하게 야한 대사를 읊어대는 그들. 이때 관객들은 뒤집어진다. 


모던함의 극치


연극 <클로져>는 하얗게 칠한 무대와 하얀색 긴 의자 두 개를 주로 사용하여 극을 진행한다. 적절하게 사용된 조명 덕에 흰 배경의 무대는 더욱 모던한 느낌을 나타냈다. 또한 수족관에서 태희와 운학이 만나는 장면도 흰 무대배경에 조명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수족관이 주는 느낌을 모던하게 표현했다. 이런 모던한 무대 사용은 관객들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빼앗기지 않고,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집중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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