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고양이들의 축제

입력 : 2007.07.18 10:30

뮤지컬 <캣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들


한때 뉴욕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넌센스 퀴즈.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고양이는 누굴까?’ 이 퀴즈의 답은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는 누굴까?’의 답이기도 하다. 그렇다. 정답은 바로 뮤지컬 <캣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들이 총출동하는 이 작품을, 그것도 오리지널 팀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당첨된 복권을 실수로 바지 주머니에 넣고 세탁하는 것만큼이나 아까운 일이다. 2003년 빅탑 시어터(천막공연) 이후 4년 만인 이번 내한은 특히 런던 공연 종연 이후 전 세계 유일한 투어팀이 선보이는 마지막 투어 공연이란 점에서 다시 보기 힘든 무대로 주목할 만하다.  


뮤지컬로 형상화된 T.S. 엘리엇의 시


1년에 한 번 있는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 볼’에 모인 각양각색의 고양이들. 이들은 돌아가면서 각자의 독특한 인생담을 풀어놓기 시작하는데, 그 안에는 인생의 모든 단면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위대한 시인 T.S. 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모태로 태어난 <캣츠>의 고양이들은 사실상 무늬만 고양이일 뿐, 오히려 인간보다 더 깊고 심오한 삶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복잡한 줄거리 대신 캐릭터의 힘으로 진행되는 특유의 극 전개, 그럼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적인 대사들. <캣츠>가 전 연령층에게 고루 사랑받아온 이유다. 


고양이보다 더 고양이 같은 


집채만한 크기의 깡통들과 쓰레기로 뒤덮인 폐허 같은 무대. 고양이의 눈높이에서 본 세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니 그 창의적인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또한 재즈댄스에서 탭댄스, 발레, 현대무용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르의 춤을 잘 버무린 배우들의 능수능란한 동작, 화려하고 정교한 분장과 의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이 진짜 고양이가 아닐까 싶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곳곳의 비밀통로에서 튀어나온 배우들은 객석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관객들을 순식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다. 


‘Memory’, 그 한곡만으로도 충분해


<캣츠>의 하이라이트 곡 ‘Memory’가 무대에 울려 퍼지는 순간,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그 멜로디의 영롱함에 빠져들고 만다. 이번 무대에서는 뮤지컬 <에비타>, <레 미제라블> 등에 출연한 실력파 배우 ‘프란체스카 아레나’가 그리자벨라 역을 맡아 파워풀한 ‘Memory’를 선보일 예정. 남들은 일생에 한편 만들까 말까한 명작 뮤지컬을 몇 편씩이나 만들어낸 ‘현대 뮤지컬계의 마이더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을 맡았으니, 그 외의 뮤직 넘버들 또한 두말하면 입 아프다.  



Behind Story 


하나, 순탄치만은 않았던 제작과정


<캣츠>의 탄생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도 상업적인 작품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정통극 연출가 ‘트레버 넌’이 엘리엇의 어린이를 위한 시집을 뮤지컬로 만든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명했다. 게다가 당시 <캣츠>가 초연될 예정이었던 뉴런던 시어터는 10년 동안 단 한 편의 성공작도 낸 적이 없는 이른바 ‘재수 없는 극장’으로 통하고 있었다. 이 같은 연유로 대부분의 후원자들은 <캣츠>에 투자하기를 거절했고, 그나마 가까스로 올린 첫 공연마저 커튼콜 때 폭탄 테러 제보가 들어오는 통에 관중과 출연진이 모두 대피하는 소동을 겪어야만 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뮤지컬로 손꼽히고 있는 <캣츠>의 웃지 못할 과거다.  


둘, 하룻밤 사이에 탄생한 ‘Memory’ 


<캣츠>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매력적인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노래 ‘Memory’다. 그러나 <캣츠>의 주제곡이나 다름없는 이 노래가 사실상 제작 단계에서는 빠져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연출가 트레버 넌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뮤직 넘버가 없음을 지적하자 웨버는 그날 밤 단숨에 이 곡을 써내려갔다고 전해진다. 벼락치기 시험공부가 효과만점인 것과 같은 이치였을까? 바로 다음 날, 이 곡을 들은 트레버 넌은 다음과 같은 찬사를 내뱉었으니. ‘오늘이 며칠이고 지금 몇 시인지 기억하시오. 당신들은 지금 세계가 놀랄 만한 명곡을 들었습니다.’ 이후 ‘Memory’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배리 매닐로우 등 유명 가수들에 의해 전 세계에서 180여 차례나 녹음되는 기염을 토하며 명실상부한 뮤지컬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뮤지컬 <캣츠>의 주요 캐릭터들 


사회자 고양이 _ 멍커스트랩 Munkustrap  선지자 고양이가 없을 때 그는 젤리클의 리더로서 젊은 세대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나이 든 고양이와 함께 암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보호해 종종 ‘새끼 고양이의 보호자’로도 불린다.  


선지자 고양이 _ 올드 듀터로노미 Old Deuteronomy 젤리클의 리더로 몇몇 고양이의 아빠나 할아버지다. 모든 고양이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으며, 젤리클 축제 때마다 매년 고양이 한 마리를 선택해 새로운 삶을 주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캣츠>의 유일한 한국인 배우 ‘임한성’이 열연하여 더욱 기대가 되는 캐릭터다. 


매혹적인 고양이 _ 그리자벨라 Grizabella 한 때 아름다운 고양이였던 그녀는 수년 전 바깥세상으로 떠났었다. 지금은 늙고 외로운 고양이가 되어 다시 고양이들에게로 돌아와 함께하길 바라지만 다른 고양이들은 그녀를 외면하고 배척한다.  


반항아 고양이 _ 럼 텀 터거 Rum Tum Tugger  종족 최고의 인기남(?)이자 여성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환호를 받는 섹시한 수컷 고양이. 다른 고양이들의 눈길을 받는 것을 좋아하며 암고양이들 역시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사족을 못 쓴다.  


마법사 고양이 _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Mr. Mistoffelees  최고의 마법사로 사물을 사라지게도 나타나게도 만들 수 있고, 낮잠을 자면서 모든 소음을 없앨 수도 있다.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에게 납치당한 올드 듀터로노미를 구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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