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연애 말고도 할 일은 많다

입력 : 2007.07.18 09:09

뮤지컬 <싱글즈>

“우리…….”


남녀 사이에 ‘우리’로 시작할 말은 딱 하나 밖에 없어. ‘우리 결혼하자’겠지? 실컷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나난에게 ‘3년 된 그이, 지훈 씨’는 새벽 댓바람부터 이렇게 얘기했더랬다. “우리 헤어지자.” 다른 날도 아닌 스물아홉 되는 생일날 아침에.
그래서 그녀는 진짜 ‘싱글’이 되었다. 스물아홉 생일에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할거라 생각했던 꿈도 산산조각. 주름살은 늘어가고 뾰루지는 돋아나는 이십대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난 괜찮아”라고 울부짖는 그녀. 애석하게도 코러스들은 이렇게 노래한다. “니 청춘은 끝났어”라고. 하지만 언제나 끝났다고 생각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기 마련이다. 29살, 너의 인생은 지금부터다. 


“난 내가 서른이 되기 전에 인생의 숙제 둘 중에 하난 해결할 줄 알았어. 결혼하거나, 일에 성공하거나! 근데 이게 뭐냐고……. 서른이 코앞인데, 당장 이번 달 카드 값은 어떻게 할 지, 그 걱정뿐이야.” 믿었던 애인에게 차이고, 회사에서는 ‘쌩뚱’ 맞은 부서로 좌천당하는 우리의 주인공 나난. 완벽할 것 없는 그녀의 인생에 많은 싱글들은 10여 년째 열광 중이다. 1994년 일본 후지 TV에서 방영되었던 카마다 토시오의 10부작 드라마 <29세의 크리스마스>가 2003년 영화 <싱글즈>로 개봉했고, 2007년 뮤지컬 <싱글즈>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  


영화 <싱글즈>가 주인공 나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뮤지컬 <싱글즈>는 도시에 사는 네 남녀의 싱글라이프를 중심으로 풍부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낸다. 영화처럼 나난이 내레이션하지 않는데다, 뮤지컬의 특성상 주요 장면에서 배우들의 노래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개성 넘치는 4명의 인물 드라마로 극을 풀어낸다. 이는 싱글‘즈’가 가진 복수형의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여 관객들에게 오늘을 사는 다양한 싱글‘들’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서른 안에 인생의 숙제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해결할 줄 알았다는 나난에게 정준은 이렇게 말한다. 서른이 된다는 건, 서른 이후의 삶도 별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닫는 거라고. 여느 때처럼 고작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뿐인데 이 땅의 스물아홉들은 ‘서른’을 두려워한다.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보다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해야 하는 나이가 ‘서른’이라고. 이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스물아홉들이라면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뮤지컬 <싱글즈>의 캐릭터들에 공감하면서 꿈을 좇는 희망 혹은 용기를 가질 법도 하다. 공연 후,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키며 “아자, 파이팅!”을 외쳐보시길. 당신의 아름다운 싱글 인생을 위해.  


<싱글즈> 무대 살짝 엿보기 


막이 열리니, 커다랗고 빨간 하이힐 하나가 무대에 놓여있다. 여성관객들은 “예쁘다”며 탄성을 지른다. 예쁜 구두를 보면 눈 뒤집어지는 여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공략한 깜찍한 연출이다. 잠시 후 그 빨간 하이힐이 저절로 돌기 시작한다. 모두들 초긴 장상태로 하이힐을 응시한다. 반 바퀴 정도 돌고나니 그 커다랗고 빨간 하이힐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리고는 뮤지컬 <싱글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과연, 이 빨간 하이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빨간 하이힐의 깜찍함으로 시작해 뮤지컬 <싱글즈>는 전체적으로 현실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싱글들이 캔 맥주를 마시며 속내를 얘기하는 계단 위 ‘옥상’과 동미와 정준이 사는 집, 수헌과 나난이 첫 데이트할 때 걷던 거리의 풍경들도 발랄하고 경쾌하게 꾸며졌다. 


<싱글즈> 음악 살짝 엿보기 


“스물아홉, 전혀 특별하지 않아. 해마다 찾아오는 내 생일. 스물아홉, 그저 숫자에 불과해.” 본인 스스로는 괜찮다고 노래하지만 코러스들이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니 청춘은 끝났다느니, 머리 빠진 것 좀 보라는 둥, 똥배가 나왔다는 둥. 그리고 결정적 한 마디. “니 청춘은 끝났어.” 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나난의 솔로곡 ‘스물아홉’으로 뮤지컬 <싱글즈>는 시작된다. 한 번 듣고도 흥얼거릴 만큼 귀에 착 감겨오는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나난의 열정적인 몸부림 덕에 관객들도 덩달아 흥겨워진다. 나난과 수헌의 첫 데이트에서 등장하는 ‘자기’라는 노래는 두 주인공의 듀엣곡으로 닭살 돋는 가사가 특히 인상적이다. “사귀자는 어색함 없이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듣고 싶은 둘만의 호칭, 자기~” 또한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정준 역의 김도현이 부르는 ‘담배’는 순정파 싱글남의 절절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퀴즈 하나! 뮤지컬 <싱글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등장하는 마지막 곡은 과연 어떤 곡일까? 힌트를 드리자면 나난이 한 살 더 먹어 서른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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