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대표작을 뽑자면 단연 <쓰릴 미>이다. 출연은 총 두 명, ‘나’와 ‘그’로 지칭되는 두 사람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더욱 충격을 주었던 <쓰릴 미>가 드디어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숨소리조차 멈추게 만드는 무대의 열기는 이미 신인 배우들의 발견과 함께 소극장 뮤지컬의 가능성까지 점치게 하고 있다.
‘나’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야기는 단순하다. ‘나’의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가 열리고, 아무런 이유 없이 끔찍한 범죄를 감행한 ‘나’와 ‘그’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성. 스무 살의 젊은 ‘나’와 ‘그’는 사랑과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로를 필요로 하고, 점점 더 위험한 범죄에 빠져들게 된다.
동성애와 범죄―그것도 유괴와 살인―를 기본으로 하는 <쓰릴 미>는 제목 그대로 단순히 스릴을 즐기기 위해서 어린 아이를 살해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가 무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초점은 이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둘의 관계를 통해서 보여준다.
‘나’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간이 가진 치명적인 사랑의 욕망 탓이다. 잘못임을 알면서도 되돌아가지 못한 ‘나’는 결국 가치 판단을 잃어버린 채 사랑을 소유하고자 갈망한 것이다. 이렇듯 금기시되는 소재를 가지고 인간의 심리를 완고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정도로 <쓰릴 미>의 무대는 치밀하다.
인간의 존재 가치를 고민하는 인물들
<쓰릴 미>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이 작품을 이끄는 끔찍한 사건이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감이다. 즉, 인간의 존재 가치를 고민하는 인물들의 세밀한 갈등 묘사는 두 인물의 왜곡된 사랑을 통해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 지독한 니체 중독자인 ‘그’가 끊임없이 내뱉는 ‘나는 위대하다.’라는 대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욕망에 대한 이기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
특별한 극의 장치 없이 두 사람에 의존하여 진행되는 이 2인극이 성공할 수 있는 열쇠는 결국 모노드라마의 흡입력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인물에 동화되게 만드는 심리 묘사에 집중된다. ‘누가 누구를 조정 하는가’하는 극적 장치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을 쫓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쓰릴 미>가 질문하는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극의 마지막에서 밝혀지는 ‘나’의 고백으로 인한 정신적 상실감은 이 근본적인 고민에 대한 소름끼치는 해답이다.
안정된 배우와 무대, 그리고 극의 완성도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평균 70%의 예매율을 기록하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뮤지컬 <쓰릴 미>. 익숙지 않은 소재와 치밀한 심리 묘사에 집중하는 이 도전적인 작품이 흥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배우의 힘이다. 류정한, 김무열, 이율, 최재웅, 이번에 예술마당으로 자리를 옮기며 합류한 강필석까지 각각의 배우들이 내 뿜는 에너지는 관객들의 기를 질리게 할 정도다.
게다가 공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팽팽하게 유지하게 하는 피아노 연주는 <쓰릴 미> 음악의 가치를 높이는 극적 장치이다. 허허벌판과 다를 것 없는 건조한 무대에서 두 배우가 쏟아내는 연기는 참으로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러한 매력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극을 구성한 연출력도 대단하다. 절박하면서도 복잡하고 불안하면서도 이기적인,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모습을 정교하게 세공한 <쓰릴 미>는 안정된 배우와 무대, 그리고 연출력으로 극을 완성하며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뮤지컬해븐 프로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