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철학적 주제 녹여낸 독특한 형식 '신선'
무거운 내용, 지루한 구성…팬 교감 '숙제
음악 수준 높지만 서정성만 강조…춤도 실종
대중성 위해 역동적 결말-'킬러 넘버' 보완을
지난 일요일(8일) 개막한 대형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연출 폴 개링턴, 극본 아리엘 도르프만, 제작 신시뮤지컬컴퍼니)는 한 차원 높은 격조와 작품성을 선보였다.
그러나 팬들과의 교감은 숙제로 남았다. 높낮이 없이 수묵화 톤으로 진행되는 단조로운 구성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느슨한 1막, 빈 공간이 보이는 결말, 서정성만 강조한 멜로디 등은 감정 이입을 방해했다. 공연 도중 관객의 박수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주제가 무거운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장면이나 노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차범석의 희곡 '산불'의 그림자는 어른거리지 않았다. 아리엘 도르프만은 '산불'에서 단지 모티브만 빌려왔다. 재창작 수준의 각색으로 원작의 시간과 공간, 주제를 탈색했다. 콘스탄자라는 가상 공간, 태양군과 달군의 대립, 영혼의 숲을 설정해 보편성을 강화했다. 원작의 구체성을 버리고 보편성을 선택한 것은, '댄싱 섀도우'가 외국 수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1막은 압축의 필요성을 노출했다. 태양군과 달군이 번갈아 마을에 진입해 벌이는 에피소드는 너무 세밀해서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했다.
테마곡 '그림자와 춤을(Dancing with my Shadow)'의 서정적인 선율은 오래 귓전을 맴돌았다. 창작 뮤지컬의 고질적인 단점인 음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각각의 뮤지컬 넘버는 단아하고 세련됐지만,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선율은 감동과 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좀 거칠어도 관객의 감정에 불을 지를 수 있는 음악이 아쉬웠다.
테마곡 '그림자와 춤을'을 부르는 여주인공 김보경(나쉬탈라)의 음정은 불안했다. 오케스트라와의 조율이 필요해 보였다. 영혼의 숲을 형상화한 무대는 오페라극장의 깊이를 최대한 활용해 부피감을 높여주었다.
마마 아스터 역의 김성녀는 고군분투했지만, 일부 배우들은 노래와 연기에서 미숙함을 노출했다. '댄싱 섀도우'라는 제목과 달리 춤은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탱고, 캉캉 등으로 변화를 주려 했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힘이 달렸다. 다채로운 조명과 산불 장면은 내용과 조화를 이뤄 산뜻했다.
연출가 임영웅씨는 "품격 높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시장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관객의 반응에 따라 국내 뮤지컬의 수준과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8년의 기획과 제작, 50억원 투입, 외국 스태프 영입 등으로 화제를 모은 '댄싱 섀도우'는 새로운 차원의 창작뮤지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관객의 감정을 풀었다가 조이는 리듬감이나 역동적인 결말, 관객과 무대의 일체감을 불러일으키는 '킬러 넘버'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주제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는 평가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월 30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02)1588-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