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행진>을 기억하는가? 1981년부터 1994년까지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뮤직 쇼 프로 <젊음의 행진>은 매주 다른 테마로 당시 10대 청소년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전영록, 소방차, 이승철, 강수지,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 등 화려한 무대매너의 미남·미녀 가수들을 등장시켜 본격적인 아이돌 스타의 전성기를 연 이 TV쇼는 ‘8090’ 세대를 대변하는 문화아이콘 중 하나다. 그 추억의 프로가 공연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이 반가운 이라면 뮤지컬 <젊음의 행진> 속에 담겨 있는 또 하나의 ‘8090’ 문화 아이콘을 발견하고는 기뻐서 손을 번쩍 들 것이다. 1990년 KBS에서 방영되어 남녀노소로부터 폭넓게 사랑받은 만화 <영심이>가 바로 뮤지컬 <젊음의 행진>의 원작이기 때문이다.
16년이 흘렀다. 실수투성이였던 열일곱 오영심은 어느덧 아이 둘을 가진 서른세 살 노처녀. 왕년의 하이틴 스타인 형부와 함께 콘서트 <젊음의 행진>을 준비하던 영심은 동갑내기 왕경태와 조우하게 된다. 예전에 영심을 좋아했던 경태는 현재 공연장 소방안전점검 공무원. 고교 졸업 후 처음 만난 둘은 서로 옛 추억을 꺼내어 본다.
그러던 중, 공연장에서는 가수들 사이에 설사병이 돌아 콘서트가 중단될 위기가 찾아온다. 영심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강수자에게 사회를 맡기고 얼떨결에 경태까지 무대에 세운다. 그 과정에서 경태는 강수자의 도움으로, 영심에게 지난 날 미처 말하지 못했던 가슴 벅찬 비밀을 고백한다.
공연 중 설사가 나오는 ‘심쉰’, 골반 댄스를 구사하는 ‘신해칠’
대강의 줄거리는 여기까지. 이 공연은 기본적으로 뮤지컬이니까. <젊음의 행진>이란 제목에 걸맞게 무대 위에는 수많은 ‘8090’ 노래들이 펼쳐진다.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보이지 않는 사랑’, ‘보랏빛 향기’, ‘흐린 기억속의 그대’…. 모두 20,30대들이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즐길 수 있는 익숙한 곡들이다. 그리고 여기서 잠깐, 앞에서 소개한 ‘강수자’란 캐릭터 이름은 에디터의 오타가 아니다. 당시 하이틴 스타들을 패러디한 캐릭터들은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안겨줄 것이다. ‘심쉰’은 잘못 먹은 도시락 때문에 공연 중 설사가 나와 화장실로 급히 달려가 버리며, 혀를 집어 삼키는 영어발음을 구사하는 ‘신해칠’은 골반 댄스를 구사하며 예의 그 카리스마를 발산하니 말이다.
보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아련히 추억에 잠기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실제 공연의 모티프가 된 TV쇼 <젊음의 행진>의 초대 MC 송승환이 제작했다. 공연의 안무감독인 강옥순 또한 TV쇼 <젊음의 행진>의 마지막 ‘짝꿍’(백댄서)이었다고.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아련히 옛 추억에 젖을 텐데 그 무대를 만든 이들도 제작과정에서 참, 행복했겠다.
대중문화의 새로운 트렌드, ‘8090’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작년부터였다. 한동안 대중문화의 큰 줄기로 자리 잡았던 ‘7080’을 대신할 트렌드로 ‘8090’이 떠오른 때가. 작년 겨울 서울에서 열린 <추억의 동창회 - 프렌즈 80 콘서트>는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큰 흥행을 거뒀다. 특히 이 콘서트에는 80년대 후반 최고 인기를 누렸던 가수 이지연이 활동 중단 이후 처음으로 무대에 서서, 그녀의 근황을 궁금해 했던 ‘8090’ 세대들의 호기심과 추억을 충족시켜 주기도 했다.
‘8090’의 부상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 <박수홍의 섬싱뉴>는 ‘8090’ 문화를 당시 영상과 함께 소개하는 ‘섬싱뉴 8090’ 코너를 마련했다. SBS 러브FM <윤지영의 러브FM 8090>과 파워FM ‘김창렬의 올드스쿨’도 ‘8090’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SBS 파워FM <하하의 텐텐클럽>도 ‘8090’ 문화를 되짚어 소개하는 ‘어게인8090’ 코너를 만들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신승훈 등 90년대 톱스타들의 노래를 자주 들려준다.
이렇듯 현재 ‘8090’ 문화 콘텐츠 중 가장 강력히 소비되는 분야는 바로 대중음악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팝, 메탈, 록 등 대중음악의 전성기였던 90년대는 국내 가요시장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90년대 초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등장한 신승훈과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의 이승환, ‘난 알아요’로 단숨에 가요계를 평정한 서태지와 아이들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가수들의 등장은 국내 대중음악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 바탕에서 김종서, 조정현, 신해철, 이덕진, 노이즈, 듀스, 솔리드 등 많은 가수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8090’ 음악은 랩과 서태지로 상징된다. 80년대 컬러텔레비전 보급으로 ‘비디오형’ 가수 시대가 되면서 잘생기고 예쁘장한 외모의 가수들이 이전 세대 가수들보다 주목을 받았다. 개인주의적이고 문화 중심적인 음악을 추구한 것도 특징이다. 또한 음악 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음반사가 생기면서 스타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고, 대기업이 음악 산업에 진출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 시기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바로 KBS 뮤직쇼 프로 <젊음의 행진>이다.
그리고 지금, 90년대의 대중문화가 추억이라는 이름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있다.
“Step by Step~♬” 뮤직비디오로 먼저 즐겨요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색다른 마케팅 방식을 택했다. 공연의 속성에 걸맞게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것. 뮤직비디오는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Step by Step’과 무한궤도의 ‘그대에게’에 맞춰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당시 ‘8090’ 시대를 이끌었던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가요계의 부흥을 이끌었던 홍종호 감독이 직접 뮤지컬 <젊음의 행진>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았다. 홍 감독은 “현재 침체돼 있는 우리 가요계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출연배우들의 움직임이 뛰어나 생동감 있는 뮤직비디오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연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어떤 모습일까. 반신반의하며 ‘클릭’한 ‘8090’ 세대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Step by step, oh baby~ Gonna get to you girl~♬” 추억의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배우들은 그때 그 의상과, 그때 그 헤어스타일로, 그때의 그 춤을 추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