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자 마을은 황폐해졌다. 태양을 섬기는 ‘태양군’과 달을 숭배하는 ‘달군’의 내전 때문이다. 남자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고 과부들만 마을에 남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상황. 전쟁의 검은 먹구름은 각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을 덮치고 있다.
마을 뒷산에 있는 숲은 영혼들이 쉬고 있는 특별한 곳이다. 영혼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나쉬탈라는 숲을 지키려 하던 도중 탈주병 솔로몬을 만난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는데, 그녀의 친구 신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관계의 균열이 생겨난다.
발문 : 변모한 극본, 감각적인 음악을 만나다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위에 설명한 줄거리처럼 뮤지컬 <댄싱 섀도우>는 원작에서 시대와 배경을 벗겨냈기 때문에. 칠레출신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은 <산불> 속 남한과 북한의 군대를 ‘태양군’과 ‘달군’으로, 갈등이 일어나는 곳은 ‘콘스탄자’라는 가상의 마을로 탈바꿈시켰다. 가장 큰 변화는 ‘산’의 의미를 증폭시킨 것인데 <댄싱 섀도우>의 ‘산’은 영혼의 안식처이자 근본으로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변모한 극본은 또한 작곡자 에릭 울프슨의 감각적인 음악을 만났다. 오케스트라부터 모던 팝까지, 극적 상황에 맞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펼쳐지는 것이다. 작품은 때론 서정적인 오케스트라로 숲의 신비감을 더하고, 때론 경쾌한 선율로 남자들을 그리워하는 여인들의 속내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산불>의 비극성과 주제의식을 <댄싱 섀도우>는 간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서로 대립하는 두 군대는 같은 배우들이 연기하는데, 이는 이념적 대립이 개인의 구체적 행복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작품 후반부의 산불 장면 또한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파괴를 강조하고 있다.
미리 알아보기! <댄싱 섀도우>의 주요 캐릭터들
나쉬탈라(김보경 분) - 순수한 영혼을 지닌 젊은 여인, 숲의 영혼을 이해하는 숲의 수호자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솔로몬과 사랑에 빠지며 새로운 운명을 맞이한다.
솔로몬(신성록 분) - 원래 목수이며 전쟁을 싫어했다. 태양군에서도 달군에서도 탈주해 숲으로 숨어들면서 나쉬탈라, 신다와 만나게 된다.
신다(배해선 분) - 지긋지긋한 숲을 떠나 도시를 갈망하는 나쉬탈라의 친구. 다소 교활하기도 한 관능적인 인물이다. 솔로몬을 사이에 두고 나쉬탈라와 갈등한다.
마마 아스터(김성녀 분) - 마을의 우두머리이며 신다의 어머니.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숲을 파괴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남과 싸우기 좋아하는 음흉한 과부.
전후 사실주의 희곡의 대표작, <산불>
뮤지컬 <댄싱 섀도우>의 원작은 고 차범석 극작가의 1962년 작품 <산불>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인간의 본능적인 애욕을 가미시킨 <산불>은 전후 사실주의 희곡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다음 달에 만날 수 있는 <댄싱 섀도우>를 기다리느라 애타는 이가 있다면 미리 <산불>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산불>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겨울에서 이듬해 봄까지, 소백산맥의 산줄기 가운데 있는 산마을을 조명한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힌 이 부락에서 남자란 젖먹이와 노인뿐이다. 국군과 인민군은 마을을 번갈아가며 장악하고 그때마다 주민들은 그들에게 약탈당한다. 그러나 약탈보다 더 아픈 것은, 마을 사람들이 서로 갈라지는 통에 입고 입히는 상처. 남편이 국군인 점례네와 남편이 인민군인 사월이네는 같은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분열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점례는 인민군에서 도망쳐 나온 규복을 발견한다. 자신의 남편을 죽였을지 모르는 규복을 그러나 그녀는 숨겨주면서, 자신의 성욕을 규복에게서 채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월은 점례를 추궁하고, 두 여인은 규복을 공동소유하기에 이른다. 위태로운 시간을 이어가던 그들은 결국, 마을에 들어온 국군이 인민군을 소탕하기 위해 산불을 놓음으로 파국을 맞는다.
<산불>이 뛰어난 이유는 작품 속 갈등과 파국의 원인을, 역사적인 아픔으로 짚어내어 그 상처를 예리하게 파헤쳤기 때문이다. 인민군과 국군은 모두 자신들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살인을 일삼고 폭력을 휘두르는데,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그들의 이념이 정작 인간을 죽이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정작 이념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마을 사람들조차 이 폭력에 휩쓸려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다.
이 같이 민족의 아픔을 그리면서도 인간의 원색적 애욕으로 인한 갈등을 삽입시킨 것은 고 차범석 작가의 문학적 세계관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듯 보인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그대로 거울 속에 비춰보고 싶다”고 말했던 작가의 문학관은 그 말 그대로 리얼리즘의 정의다. 철저한 리얼리즘의 신봉자였던 그는 작년 6월,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별세한 다음달 열렸던 <댄싱 섀도우> 쇼케이스에는 그의 유족들이 참석했다.
■ 공연정보 ■
공 연 명 : 뮤지컬 <댄싱 섀도우>공연기간 : 7.8-8.30
공연시간 : 월-금 19:30 토·일·공휴일 15:00 19:30
공연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 작 : 차범석연 출 : 폴 게링턴
작곡·작사 : 에릭 울프슨
극 본 : 아리엘 도르프만
출 연 : 김성녀 배해선 김보경 신성록 서희승 성기윤 정영주 황현정 이학민 고명석 김경선 외
제 작 : 신시뮤지컬컴퍼니
티켓가격 : VIP석 12만원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 C석 3만원
문의예매 : 02.577.1987. www.dancingshado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