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젊음의 행진>
집에 TV가 한 대밖에 없던 오래전 어느 일요일 풍경. <전국노래자랑>을 엄마아빠 옆에서 보는 둥 마는 둥 뒹굴다 보면 어느덧 1시. 만화영화 할 시간이다. <영심이>, <날아라 슈퍼보드>, <옛날 옛적에> 등 국산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8090세대들이 어느덧 그 시절을 추억하고픈 나이가 됐다. 특히 만화 <영심이>는 실사영화로 제작될 만큼 인기폭발이었다. 당시 영심이 역할을 맡았던 하이틴 스타 이혜근은 요즈음 금요일 밤 <사랑과 전쟁>에 종종 출연하곤 한다. 우리들의 ‘영심이’가 어느덧 부부사이의 사랑과 전쟁을 할 만큼 성숙했다. 시간은 흘렀고, 영심이도 변했다. 16년이 지나 어느덧 서른세 살이 된 영심이의 뒷이야기, 궁금하지 않은가?
서른세 살이 된 그들, 콘서트장에서 만나다
알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았던 영심이가 어느덧 서른셋이다. 철부지 사춘기 소녀로 남아있을 것만 같은 그녀도 이제는 어엿한 공연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비록 실수연발 인생이지만, 활기차고 씩씩한 성격은 여전하다. 가수 은퇴 후 기획사를 운영하는 형부와 함께 영심은 8090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젊음의 행진’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그 사이 소방안전점검 공무원이 된 왕경태는 콘서트 안전상황을 점검하러 왔다가 운명의 그녀를 마주한다. 바로 오.영.심. 영심이의 ‘실수연발’ 덕에 서른세 살 미혼 두 남녀의 재회는 그리 로맨틱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태의 한 마디는 영심이, 아니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오영심! 난 그냥 이대로 네가 좋아. 서른세 살 먹었다고 실수하나 안하고, 다 알고 다 봐버린 사람처럼 굴면 네가 오영심이냐.”
이제 8090이 온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달고나>, <맘마미아> 등 몇 해 전부터 중년들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7080 공연들이 붐이다. 하지만 ‘그때’를 추억하고 싶은 건 7080뿐만이 아닐 것.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8090들에게도 분명 풋풋했던 ‘그때’를 추억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젊음의 행진’이라는 콘서트장을 배경으로 하는 이 뮤지컬은 왕년의 인기스타 김왕선(김완선), 강수자(강수지), 신해칠(신해철) 등을 출연시킨다. 덕분에 뮤지컬을 보러 온 관객들은 영심이가 기획한 8090 콘서트 ‘젊음의 행진’까지 볼 수 있게 된다. 8090이라면 누구나 좋아했을 노래들이 하나씩 흘러나오면 어느덧 엉덩이는 들썩거리고, 흥에 겨워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을 것이다. 특히 가사까지 줄줄 외던 서태지 노래가 나왔을 땐.
연습실 스케치
# 보이지 않는 사랑
멜로디는 “이히~리베~디히”인데 가사가 다르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라니. 이 가사는 최고의 개인적 서정시로 평가받는 유리왕의 황조가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국어시간 유리왕의 황조가를 읊는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하이틴로맨스 소설을 읽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영심이 귀에 들리는 대로다.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부르며 영심이에게 구애하는 멋진 남자들은 눈물 없인 볼 수 없다. 그들은 눈물을 동반한 폭소를 자아낸다. 남자 배우들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웃음 참는 애절함을 보여줄 때 저쪽에서 여자배우들은 계속 킥킥거린다. 그러다 언제 웃겼냐는 듯 노래가 절정에 달해가자 환상적인 화음을 이뤄낸다.
# 설사야 멈추어 다오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 다오’를 개사한 영심이와 형부의 테마. ‘설사’때문에 공연이 파장으로 치닫는 가운데, 공연을 살려보고자 하는 영심이와 형부의 애틋한 마음이 이 곡에 담겨 있다. 영심이 역의 이정미는 뮤지컬 <맘마미아>의 소피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다. 제1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맘마미아>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녀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설사’야 멈추어다오를 외친다. 애절하게.
“잠깐만” 음악감독이 노래를 멈춘다. “형부가 부르는 이 부분은 마이너(단조)로 가보면 어떨까? 그게 더 애절할 것 같은데. 한번 불러봐.”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조를 바꾸자 형부의 애절함이 한결 돋보인다. 모두들 같은 생각이다. “선생님, 마이너로 가요, 마이너.”
# 방송국 합창단처럼 간드러지게
“영심이가 난 몰라~아~아, 하면 코러스가 몰라 몰라 몰라몰라몰라 이렇게 나와 줘야 돼.” 화이트보드를 가지고 나온 음악감독은 코러스 부분 악보를 그린다. 다들 코러스 악보를 옮기기에 바쁘다. “너무 세게 부르지 말고, 거 있잖아. 방송국 합창단처럼 간드러지게. 알았지?” 이번 뮤지컬 <젊음의 행진> 캐스팅을 두고서 뮤지컬 동호회 회원들은 특히 노래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보였다. <헤드윅>의 송용진, <뮤직 인 마이 하트>의 임기홍, <컨츄리보이 스캣>의 정동현, <맘마미아> 이정미 등의 배우들이 관객들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남녀사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사랑과 우정사이를 나타내는 대표 격 영화하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아닐까. 샐리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해리는 남녀사이는 섹스가 방해하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과연,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없을까?
연극 <HE & SHE-70분간의 연애> 역시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보낸 두 주인공이 술에 취해 밤을 함께 지새운 후 연인이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 <싱글즈>는 좀 다르다. 술에 취해 친한 친구인 정준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 동미가 임신을 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동미와 정준은 친구사이로 남는다. (물론 정준은 동미의 임신이 자기 때문인 것을 모른다.)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발생하게 되는 야릇한 감정들을 계기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일들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서른셋의 영심이와 경태가 서로를 친구 이상으로 보게 된 데에는 어떤 ‘스킨십’도 없었다. 그저 그 둘은 이렇게 노래한다. “네 순수한 마음만 변치 않길 바래.” “내 순수한 마음을 받아 주길 바래.” 역시 ‘사랑’은 어떻게 시작될지 모르는 알 수 없는 녀석이다.
■ 공연정보 ■
공연기간 : 6.29-8.12
공연시간 : 화-금 20:00 토 15:00 19:00 일 ․공휴일 14:00 18:00
공연장소 :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연 출 : 정세혁
안 무 : 강옥순
출 연 : 이정미A 박민정 송용진 정동현 임기홍 하지승 전아민 이윤희 육동욱 최선희
박은희 오대석 함승현 황세준 최가인 이정미B 임혜성 박소리
제 작: PMC프로덕션
티켓가격: 하이틴석(VIP) 6만원, 짝궁석(R) 5만원, 행진석(S) 4만원
문의예매: 02.738.8289 www.i-pm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