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연기 빈곤한 얘기

입력 : 2007.06.21 00:05

리뷰: 연극 ‘연애 얘기 아님’

관객은 휴대전화 문자부터 본다. “잘 들어, 너랑 헤어질거야.” 선희(우미화)가 남자친구 석영(조주현)에게 보낸 이별 통보다. 보험사에서 일하는 그녀는 모험 보험이라는 신상품을 기획 중이다. 들판에 나가 바람을 맞으며 버티는 것이라는 대사엔 선희의 심리 풍경은 물론 이 연극의 숨은 의도가 겹쳐 있다. 헤어진 석영은 불쑥불쑥 튀어나와 선희를 돕고 “괜찮다” 위로하는데, 그것은 모두 현실이 아니다. 실제와 헛것이 구분하기 힘들 만큼 엉겨 붙은 이 연극의 제목은 ‘연애 얘기 아님’(최진아 작·연출)이다.

그런데 관객은 연애의 감정을 떨쳐내기 어렵다. 다시 만난 선희와 석영은 거친 에너지를 토해낸다. 여자는 발로 쿵쿵쿵쿵 바닥을 차고, 남자는 소릴 지르다 가방을 팍팍팍팍 친다. 이 장면에 대사는 없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도 둘은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을 때린다. 물리적인 몸의 언어가 충돌할 때 관객이 받는 자극은 크다. 하지만 막막한 표현 방법을 감추는 것으로 비치지 않으려면 그 앞뒤에 배치된 이야기가 더 명료해져야 할 것 같다.


요리조리 장면을 바꿔도 무대는 가난하다. 축구공만한 미니어처로 방앗간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상징이라기보다는 팍팍한 현실로 다가온다. 이 연극은 무대에서 배우들이 직접 물을 끓이고 라면을 익혀 먹는다. 향수에 대해 말하며 “고개 돌려도 피할 수 없는 게 후각”이라던 극중 대사가 더 선명해지는 대목이다. 몸을 밟고 점프하고, 장례식장에서 개다리춤을 추고, 책상 위에 외발로 서는 장면 등이 신선하고 배우들의 호연이 믿음직스럽다. 연출은 무대를 들판처럼 쓰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여줬지만 극의 밀도가 아쉬웠다. 석영이 선희로부터 까닭 모를 이별 통보를 받듯이, 풀리지 않는 물음표가 남는 연극이다. ▶7월1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02)763-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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