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벗었네, 왜 그랬을까?

입력 : 2007.06.16 00:24   |   수정 : 2007.06.16 02:52

남자배우 노출 공연에 여성관객들 대거 몰려

남자들이 벗는다. ‘동키쇼’ ‘쓰릴미’ ‘그리스’ ‘바람의 나라’ ‘헤드윅’ ‘올슉업’ ‘풀몬티’…. 남자 배우들이 속살을 드러내는 공연들이다. 그들이 옷 벗는 장면은 드라마 맥락과 통할 때도 있지만, 객석의 70~80%를 채우는 여성들을 겨냥한 ‘호객용’일 때도 있다. 또 하나, 지금 유행하는 남자 배우들의 노출엔 감춰진 요인이 있다. 바로 동성애 코드의 수용이다. 관객이 의식하지 못 하는 사이에 동성애는 공연의 필수 재료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2일 밤 대학로 ‘동키쇼’ 전용극장에 온 200명 가까운 관객 중 남성은 10여명에 불과했다. T자형 무대엔 ‘19세 이상 관람가’ 공연답게 노출이 폭죽처럼 터진다.

그들은 남자다. 화려한 조명 아래 깃털 모자와 삼각팬티를 걸친 채 추는 춤, 봉춤, 우산춤…. 관객은 손을 들고 “와우―”를 외친다. 감상만으론 부족한지 손을 대는 여성도 있다.

▲모델 출신의 남자 배우들이 파격적인 노출을 보여주는
클럽 뮤지컬 '동키쇼'. 관객은 90% 이상이 여성이다.
시그마엔터테인먼트 제공
▲모델 출신의 남자 배우들이 파격적인 노출을 보여주는 클럽 뮤지컬 '동키쇼'. 관객은 90% 이상이 여성이다. 시그마엔터테인먼트 제공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개작했다는 이 쇼의 줄거리는 거칠고 모호했다. 그러나 관객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고 무대에 올라가 춤추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해 최근엔 대학로 예술마당으로 무대를 옮긴 ‘쓰릴미’는 내용도 표현도 동성애 자체다. 유괴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 뮤지컬엔 두 남자만 등장하는데, 요즘 평일에도 객석 70~80%가 찰 만큼 흥행하고 있다. 특히 배우 김무열의 ‘뒤태’(뒷모습으로 상체를 노출하는 2~3분)가 소문나며 2회 이상 본 여성 관객만 수백 명에 이른다. 이 장면과 키스신은 공연 개막 때는 없다가 나중에 추가된 것들이다. 김무열은 키스 장면을 처음 삽입한 날의 관객 반응을 이렇게 기억했다. “보통은 숨죽이고 보는데, 상대 배우와 입술을 맞출 땐 객석에서 ‘헉’ 하는 소리가 났어요.”

국내에서 이런 동성애 취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대표작은 남성 백조들로 유명한 ‘백조의 호수’와 조승우가 출연한 뮤지컬 ‘헤드윅’이다. 헤드윅이 브래지어에서 토마토를 꺼내 온몸에 짓이겨 바르는 장면은 불완전한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공연 전문가들은 “동성애는 사회적 제약을 뚫어야 하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이성애보다 절실하고, 관객은 훨씬 큰 자극을 받는다”고 말한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배우들의 노출 시간에 대해 상업적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10초다. 조용신 공연 칼럼니스트는 “그 이상 지속되면 관객이 드라마가 아닌 그 부위(몸)에 집중하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는 극의 흐름을 놓치면서까지 노출에 집착하는 공연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 공연 중인 뮤지컬 ‘그리스’에서 로저를 맡은 배우는 무대 앞으로 나와 보란듯이 객석을 등진 채 바지를 내린다. 미국 공연에서는 이 노출이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 있다. 한국적으로 변형된 ‘엉덩이 신’인데, 더 잘 보려고 자리 다툼까지 벌어진다. 배우들이 끈팬티 한 장만 걸쳤던 뮤지컬 ‘풀몬티’,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서 고영빈과 김산호가 보여준 상체 노출 등에 대해 관객 유지인(여·32)씨는 “이야기 흐름과 동떨어지지 않고 세련된 형태의 노출이나 동성애라면 OK”라고 말했다.

최혜실 경희대 교수는 “여성들은 남성들의 노출이나 동성애를 보면서 그동안 강요당한 성적 억압이나 수치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자들이 벗는다 '쓰릴미' 동영상. /박돈규 기자
남자들이 벗는다 '동키쇼' 동영상. /박돈규 기자
남자들이 벗는다 '동키쇼' 동영상.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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