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섀도우’ 절묘한 3박자

입력 : 2007.06.14 00:07   |   수정 : 2007.06.14 03:37
‘댄싱 섀도우(Dancing Shadows)’는 한국 뮤지컬이 가보지 않은 길을 트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65)과 작곡가 에릭 울프슨(Eric Woolfson·62)이 앞장섰고 연출가와 안무가도 외국 스태프다. 1999년 울프슨에게 작곡을 의뢰하며 시작된 이 글로벌 뮤지컬은 2005년엔 영국에서 워크숍을 열 정도로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며 나라 밖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1.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 ‘맘마미아’ 연출가… 세계적 제작진

도르프만은 칠레 출신 극작가이자 소설가다. 1973년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후 살아갈 이유를 찾다 이야기꾼이 됐다. ‘죽음과 소녀’(로만 폴란스키의 영화 ‘진실’) ‘과부들’ ‘도널드 덕을 읽는 법’ 등으로 유명한 그는 1992년 영국 연극계 최고 권위의 로렌스올리비에 상을 받았다. 허약한 주인공들, 전쟁과 죽음, 정치적 딜레마를 다루며 인간에 집중해온 작가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그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원작(차범석의 ‘산불’)이 마음에 들었고, 읽으며 내가 (뮤지컬 대본을) 써야 할 운명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작곡가 울프슨은 팝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Eye in the sky’ ‘Time’ 등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들을 퍼올린 아티스트로 뮤지컬 ‘갬블러’ 작곡가다. 연출가 폴 게링턴은 뮤지컬 ‘맘마미아!’로 알려져 있다.

▲‘댄싱 섀도우’에서 삼각관계인 주인공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솔로몬(신성록), 신다(배해선), 나쉬탈라(김보경)다. /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댄싱 섀도우’에서 삼각관계인 주인공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솔로몬(신성록), 신다(배해선), 나쉬탈라(김보경)다. /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2. 한국색은 버리고… 원작 넘어서는 탄탄한 이야기

‘댄싱 섀도우’ 대본은 첫머리에 “소박(Sobak), 내전으로 오랫동안 분열된 땅. 유감스럽게도 우리 모두에게 낯설지 않은”으로 장소를, “어느 시대여도 무방하다”로 시간을 각각 제시한다. 지명은 원작의 소백산맥에서 빌어왔다. 전쟁으로 여자들만 남은 마을에 한 남자가 들어오는 극적 발단은 같지만, 태양군대와 달군대가 마을을 번갈아 점령하고 나무를 지키려는 쪽과 팔아 치우려는 쪽이 충돌하는 구조는 우화(寓話)적이다.

한국색은 일부러 버렸다. 연극은 비극으로 닫히지만 뮤지컬은 끄트머리에 희망을 보여준다. 도르프만은 “삶의 모순들이 지금의 날 만들었듯이 내 꿈이자 악몽이 담긴 뮤지컬”이라며 “관객은 슬프지만 정서가 맑아지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 울프슨의 고급스러운 음악… 기대되는 춤·시각효과

울프슨이 뽑아낸 음악은 서정적이고 고급스럽다. 팝과 클래식이 중심이고 토속적인 리듬을 곁들였다. 쉽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강점이다. 1막과 2막에 되풀이되는 주제곡 ‘그림자와 춤을’, 솔로몬이 부르는 ‘답없는 질문들뿐’, 주인공들의 3중창 ‘그 길을 따라’가 좋은 노래로 꼽힌다. 박칼린 음악감독은 “‘귀에 남는 음악이 없다’는 말은 안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공간은 마을과 숲을 오가고, 발레·현대무용·탱고 등 다양한 춤이 무대에 일렁인다. 살아 꿈틀대는 것 같은 나무들(실제로 배우들이 들어가 흔들기도 한다), 공중에 떠 있는 집들, 책을 닮은 무대 프레임, 조명과 음악으로 번져올 산불, 숲이 타고 남은 재…. 고요히 마음을 흔드는 시각 효과가 기대된다. ▶7월 8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88-7890
뮤지컬 '댄싱 섀도우' 연습장.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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