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요-만화-소설 등 다양한 장르 콘텐츠 흡수
'영화+뮤지컬' 무비컬 일상용어…온라인 게임도 공연
뮤지컬은 '진공청소기'인가. 뮤지컬이 다른 대중문화 콘텐츠를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다른 장르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한 창작 뮤지컬이 쏟아지고 있다. 만화, 영화, 드라마, 가요, 소설, 희곡, 온라인게임 등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모든 대중문화는 뮤지컬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가장 활발한 건 영화다. 무비(영화)와 뮤지컬의 합성어인 '무비컬'이란 용어가 일상화됐다. 현재 무비컬은 '댄서의 순정'과 '싱글즈' 2편이 공연 중이다.
'댄서의 순정'은 연변 출신 처녀가 서울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 뮤지컬에서는 가수 유진과 양소민이 주연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싱글즈'도 무대로 옮겨졌다. 가수 이현우와 오나라 구원영 김도현 등이 30세를 눈앞에 두고 있는 청춘남녀들의 일과 사랑을 산뜻하게 그린다.
대기 중인 작품은 훨씬 더 많다. '은행나무 침대'(악어컴퍼니 제작)와 '내 마음의 풍금'(쇼틱커뮤니케이션즈 제작)이 내년 공연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PMC프러덕션이 내년 3월 공연을 목표로 시놉시스를 짜는 중이며, '장군의 아들' '황산벌'도 뮤지컬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여기에 배우 김아중이 노래 실력을 뽐냈던 '미녀는 괴로워'가 가세한다. 공연제작사 쇼노트와 영화제작사 KM컬쳐가 손을 잡은 새로운 형식이다. '미녀는 괴로워'는 6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빅히트작. 가수가 주인공인 작품이어서 일찌감치 뮤지컬 제작이 예상됐었다. 영화 속의 인기곡 '마리아'와 '별'을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무비컬 붐은 2003년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시작으로 불이 붙었다. 이어 '왕의 남자'가 원작인 '이', '밴디트'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내년에는 무비컬이 홍수를 이룰 것으로보인다.
드라마도 합류했다. 한류 드라마 '대장금'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PMC프러덕션은 이 뮤지컬을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 판매, '뮤지컬 한류'를 일으키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뮤지컬의 중심이 음악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중가요의 뮤지컬화도 낯설지 않다. 작곡가 이영훈씨가 가수 이문세의 노래를 사용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준비하고 있다. 아바의 노래로 만든 '맘마미아'가 모델이다.
희곡, 소설 등 순수 문학작품도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는다.
신시뮤지컬컴퍼니는 한국 리얼리즘 희곡의 대표작인 차범석의 '산불'을 뮤지컬로 제작한다. 제목을 '댄싱 섀도우'로 바꾸고 아리엘 도르프만(극본), 에릭 울프슨(작곡ㆍ작사), 폴 게링턴(연출) 등 외국인 스태프를 영입했다. 오는 7월초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된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역시 '맨 오브 라만차'로 이름을 바꿔 8월초 팬들을 찾아간다.
만화가 빠질 수 없다. 강도하 원작의 '위대한 캣츠비'가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달려라 하니' '바람의 나라'가 올해 공연했고, 배금택의 '영심이'를 원작으로 한 '젊음의 행진'도 29일부터 나루아트센터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까지 가세했다. 26일부터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1관에서 공연되는 '오디션'이다. 만화가 온라인 게임으로, 다시 뮤지컬로 진화했다. 최종 오디션에 뽑힌 6명의 도전자가 주어진 역할을 즉석에서 연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힙합댄스, 디스코, 살사 등 다양한 춤을 선사한다.
이처럼 각 장르의 뮤지컬화는 이미 트렌드가 됐다. 뮤지컬로 진화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한국 문화계는 요즘 '뮤지컬 천하'다.
홍보-마케팅 측면 유리
■ 이유는 뭘까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공연된 뮤지컬은 115편. 그 많은 작품을 모두 순수 창작물로 채울 수는 없다. 창작, 제작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원작을 이용하면 제작이 상대적으로 쉽다. 홍보나 마케팅에 유리하다는 점도 큰 요인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이 확보된 흥행 원작을 활용하면, 티켓 판매에 유리하다. 외국에서도 흔한 일이다.
순수 창작 자생력 저하
■ 문제는 없나
소화불량의 징조일 수도 있다. 지나친 집중화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작품의 질이 담보돼야 한다. 또 순수 창작의 자생력이 떨어지면 뮤지컬 붐은 금세 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음악이 중심인 뮤지컬의 특성을 활용하지 못한 채 원작의 스토리와 인기에 편승하려는 제작 마인드는 금물이다. 초대박 영화,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몇몇 뮤지컬이 고전하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재창작 수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뮤지컬 맞게 각색 필요
■ 기대와 우려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은 "뮤지컬의 외연을 넓히고, 원작의 인지도를 활용하는 점에서는 환영한다"면서도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에 맞게 탈바꿈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나 드라마, 만화의 스토리에 노래나 춤이 들어간다고 뮤지컬이 되는 게 아니다.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는 "흥행 원작을 뮤지컬로 각색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다만 "성공작과 실패작을 꼼꼼하게 분석한 뒤 재창작하는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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