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한국 공연이라고 봉산탈춤과 춘향가만 있는 것이 아니듯, 대만 공연이라고 경극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에서는 국민배우라고 불리는 우 싱-꾸오와 대만 당대전기극장의 두 번째 내한공연이 찾아온다. 이번에 찾아오는 공연은 부조리극의 대명사인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이 난해하고 모던한 연극이 대만 제작진의 손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었을지 지켜보자.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고도를 기다리며>
대만 당대전기극장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위해서는 잠깐 우리의 선입견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원작에 대한 선입견이다. 극의 대부분이 주인공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무의미한 대화로 이루어지는 이 공연에서 미지의 인물인 고도를 기다린다는 형식적인 면만을 기대하고 있다면 그것은 조금 실례다. 한국에서도 수없이 무대에 올랐을 이 공연을 굳이 자막까지 읽어 가면서 봐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 청소년공연예술제가 선보이는 대만 당대전기극장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다르다. 음악계에 비틀즈가 있다면 (비틀즈의 음악은 일체의 리메이크를 허용하지 않음은 물론 아이튠즈 같은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들을 수 없다. 오로지 비틀즈의 음반을 통해서만 그것을 들을 수 있다.) 연극계에는 사무엘 베케트가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무엘 베케트의 저작권 담당 프로덕션은 원작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엄격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당대전기극장의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예외적일 정도로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그만큼 이 공연이 원작을 더 돋보이게 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무엘 베케트 저작권 담당 프로덕션도 놀란 당대전기극장의 이 작품은 소극장이 아닌 1500석의 대극장 무대로 옮겨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신 개념의 대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창조해 낸다.
원작의 가장 성공적인 리메이크
당대전기극장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중 ‘어떤 형태의 음악도 엄격히 금지한다’던 저작권 프로덕션의 원칙에 따라 배경 음악을 사용해 원작을 조금 더 발전적으로 이어가려던 제작진의 의도는 완전히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제작진이 사용한 것은 오직 배우의 호흡과 목소리로만 표현되는 ‘곡조’였다. 그것은 춤과 음악, 연기가 함께 결합된 공연으로 극단의 정체성을 유지해 온 당대전기극장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으로 보인다. 약간은 과장된 배우의 제스처, 극의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중간 중간 삽입된 시(詩) 등은 곡조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원작이 가지고 있었던 난해함을 많이 덜어냈다. 그러니 이 공연은 이국적인 정취를 주는 낯선 연극이기 이전에 조금 더 친절한 사무엘 베케트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대만의 국민배우를 만나는 즐거움
우 싱-꾸오(吳興國, Wu Hsing-kuo). 현재 대만 최고의 배우이면서 동시에 연출가로서도 주목 받고 있는 남자. 현재 대만 최고의 배우로 추앙 받고 있는 우 싱 꾸오는 ‘후싱 중국연극학교’와 ‘중국문화대학’연극과에서 수학하며 중국 전통극에서 등장하는 장군 역과 노인 역을 주로 연구한 배우다. 대학시절 이미 ‘클라우드 게이트 레거시 무용단’에서 주역 무용수로 활동한 경력, 이후 15년 동안 ‘루관 중국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춤과 연기, 노래 등을 모두 다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배우로 성장했다. 화려한 경력답게 우 싱-꾸오는 이번 연극에서 예술 감독, 연출, 각색, 작곡 그리고 주연배우까지 1인 5역을 맡았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너무 분주해 보이기도 하지만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8년을 준비해 왔다는 그의 고백에는 진심이 어려 있다.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이 총연출을 맡은 2008북경올림픽 공식오페라 <진시황>의 주연을 맡기도 한 이 배우의 열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공연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허락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출과 주연을 맡은 우 싱-꾸오는 공연을 준비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극을 읽었을 때, 나는 자주 한숨을 쉬며 종종 흐느끼기도 했다. 나를 가장 뒤흔들었던 대목은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자고 있었나, 다른 이들이 고통 받는 동안? 내가 지금 자고 있는 건가? 내일 내가 깨어났을 때, 혹은 깼다고 생각했을 때, 난 오늘에 대해 뭐라고 말하게 될까? 어떤 진실이 과연 존재하게 될까?”
그의 자조적인 독백과 비슷한 의문이 생긴다. 이 연극을 보고 난 후 관객들은 뭐라고 말하게 될까. 어떤 진실이 과연 존재하게 될까, 라고.
■ 공연정보 ■
공 연 명: 대만 당대전기극장(當代傳奇劇場) <고도를 기다리며(等待果陀)>
공연기간: 2007. 6. 29(금)~7.1(일)
공연시간: 금 오후 7:30, 토~일 오후 4:00
공연장소: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예술감독·연출·각색·작곡: 우 싱-꾸오
제 작: 린 쉬우-웨이
무대·조명 디자인: 린 꼬-후아
의상 디자인: 후앙 웬-잉
원 작: 사무엘 베케트
출 연: 우 싱-꾸오, 쉥 치엔, 빠오-샨, 차오-슈, 성 쉬우-치에
주 최: 국립극장
티켓가격: VIP석 7만원, 으뜸석 5만원, 버금석 3만원, 딸림석 2만원, 버금딸림 1만5천원
예매문의: 국립극장 공연사업팀 (2280-4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