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인터뷰 [배요섭]
- 연출가, 극작가, 인형디자이너
- 공연창작집단 뛰다 상임연출
1970년 서울 정릉 출생.
1994년 포항공대 물리학과 졸업.
1999년 독일 에른스트부쉬 연극학교 인형극학과 교환학생.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졸업.
<연출작업>
2005년 공연과리뷰 PAF 연출상 / <노래하듯이 햄릿>
2002년 서울어린이연극상 최우수작품상, 극본상 / <하륵이야기>
2001년 <하륵이야기> 작·연출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 공연창작집단 뛰다
-‘노래하듯이, 햄릿’은 2005년 국립극장 셰익스피어 난장에서 공연한 후 2년 만에 다시 올리게 되었는데, 이 작품이 뛰다에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 작품에서 우리 배우들이 처음으로 노래라는 걸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정식으로 레슨도 받으며 오랜 기간 훈련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노래’라는 걸 배우훈련의 방법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배우의 소리를 확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 작품을 통해서 광대연기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 작품들을 살펴보면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존재가 있습니다. ‘하륵이야기’에서는 악사광대들, ‘고슬고슬’에서는 이야기꾼, ‘또채비 놀음놀이’에서는 도깨비들이 그들입니다. ‘노래하듯이, 햄릿’에서는 익살광대들이 그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 몇 번에 거처 광대연기훈련을 해왔지만 실제 작품 속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살 속 깊숙이 알게 된 건 아마 이 작품에서 익살광대들의 존재감이 명확하고 그들과 이야기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며 잘 짜여있기 때문일 겁니다. 광대(서양에서 clown이라고 특별히 분류하고 있는 연기양식)는 즉흥적이면서 즉물적이고 본능적인 존재입니다. 그러면서도 차가운 머리로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연기하려는 인물의 틀 안에 걸터앉아 세상을 바라보는, 아주 능청스럽고 음흉한 놈입니다.
- 작품을 만든다는 건 배우를 훈련시키는 과정으로 의미있다, 그런 말처럼 들리는데, 배우훈련의 방향이랄까, 철학이랄까, 그런 게 있나요?
올해로 뛰다는 7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구체적인 방향이 잡혀가고 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오랜 시간 서로 믿고, 기다리고, 정진해온 배우들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겁니다. 연극의 본질은 배우의 몸에 있습니다. 그 몸을 어떻게 다뤄야 하고, 단련해야 하고, 또 어떻게 바라보고, 제어할 수 있는지, 그것이 우리의 관심사입니다. 배우의 몸은 조심스레 다루지 않으면 탈이 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도구들이 필요합니다. 심리적으로 감정적으로 물리적으로 감각적으로 몸을 다루는 방법들을 개발하는 거죠. 그래서 배우의 의식(意識)이 몸과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을 때까지 훈련과 실험은 계속됩니다. 배우로서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기까지.
- '노래하듯이 햄릿’에 ‘광대인형음악극’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그렇게 이름붙인 의도가 있습니까?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앞서 말한 익살광대들이 주인공이고, 그 놈들이 햄릿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들은 인형이라는 시각적 표현양식과 노래와 음악이라는 시청각적 도구들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뭐 이런 얘기를 몇 마디 말로 압축하다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가 들어있기도 합니다. 창작하는 저희들은 이 작품을 광대인형극 + 음악극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작품의 흐름상 광대인형극에서 음악극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아직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도 이 점이구요.
- 뛰다의 연출가로서, 당신이 생각하는 음악극이란 어떤 겁니까?
뮤지컬이나 오페라, 노래극, 창극, 모두 음악극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노래하듯이 햄릿’을 뮤지컬, 혹은 노래극이라고 불러도 별 무리는 없을 겁니다. 노래와 음악이 드라마를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음악극은 엄밀하게 말해서 ‘음악적인 연극’을 말합니다. 음악을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이해하려고 합니다. 음악은 직접적이고 본능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설명을 하거나 머리로 이해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통’으로 느낄 수 있는 거죠. 형식이 담고 있는 내용 이전에 음악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겁니다. 저는 음악을 형태적으로 이해합니다. 선율, 리듬, 소리 등 모든 요소들이 관계를 맺어 미적 형태를 만들고 있다고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음악적 연극이란, 배우의 몸의 요소들에 그런 특성을 적용해보는 겁니다. 음악에서 음(音)이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에 배우의 몸을 놓습니다. 그래서 배우의 소리, 말, 몸의 움직임 등이 음악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하나의 미학적 양식을 만드는 겁니다. 배우는 몸으로 악(樂)을 연주하고 관객들은 눈과 귀로, 일상 언어들과 소리, 몸짓이 만들어 내는 연극적 음악을 경험하게 됩니다.
- ‘노래하듯이, 햄릿’에서도 그런 걸 볼 수 있나요? 그 음악적 연극, 아니 연극적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가요?
조금은요. 하지만 너무 기대는 마세요. 우린 이제 겨우 리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 앞으로의 작업이 궁금해지는 군요. 음악극 연작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앞서 얘기한 맥락에서 음악극을 말하는 건가요?
궁극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저에게도 그렇고, 배우들에게도. 아직은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들을 거친 후에 결과물이 나오겠죠.
다음 작품으로는 ‘보이첵’을 음악극으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200년 전 있었던 치정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조금은 고리타분하고 진부한 얘기지만 독일의 작가 뷔희너는 아주 재치 있고 매력적인 방법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그걸 다시 우리의 정서와 감각에 맞게 요리해서 내놓아야 하겠죠. 아직 구체적인 개념은 잡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어요.
[기사 및 사진 제공 : 공연창작집단 뛰다]